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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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35년 전 제가 피해자였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변호인이었습니다. 그런 박 전 시장마저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절망했습니다”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24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권 의원은 “저는 성 평등을 국가 통치 원리로 작동시키는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며 “그런데 계속되는 선출직 고위공직자들의 성비위 사건으로 정부·여당은 20·30대 여성을 포함한 많은 국민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투 이후 조직과 권력의 불평등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변화 요구가 많았고 제도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고위공직자들은 바로 자신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방관했다”며 “자신의 인식과 가치관, 행동방식을 구체적으로 바꾸지 않고 심지어 저항하기도 했다. 그 현실이 참혹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이 발생한 뒤 성토대회가 열리는 장면.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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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초선인 권 의원은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다. 서울대를 졸업한 권 의원은 노동 운동을 위해 위장 취업했다가 주민등록증 위조 등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부천서 문귀동 경장이 2차례에 걸쳐 성고문했고, 사건이 은폐됐다가 1988년 대법원이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신청하는 제도)을 수용해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자인 문 경장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의 막내 변호사가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앞서 권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15일 “큰 충격을 받았다.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성범죄 사건이 지난 몇년 동안 발생했고 또 오거든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이 있었음에도 민주당은 강의나 토론 한마디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권 의원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때부터 크고 작은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했는데 행안부는 발생 기관에 어떤 행정 조치를 했느냐”며 “사업평가에 반영되고,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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