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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가 쏘아올린 '反넷플릭스 토종연합군' 탄생할까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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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가 쏘아올린 '反넷플릭스 토종연합군'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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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K콘텐츠 공동투자" 발언 뒤 티빙에 합병 공개제안...한류 무장한 토종 OTT 통합론에 '군불' ]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와의 간담회에 앞서 참석 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최기영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20.7.15/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3사 CEO와의 간담회에 앞서 참석 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최기영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20.7.15/뉴스1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공룡 미디어에 맞서 'K-콘텐츠'로 무장한 '토종 연합군'을 육성하자는 '통합론'이 공론화하고 있다. 각자도생하는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합치거나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공룡 해외 OTT의 시장 잠식에 맞서야 한다는 게 요체다. 현재 진행형인 유료방송 시장 2차 재편과 함께 통합 OTT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다.

토종 OTT들의 합종연횡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지난해 출범한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합작해 만든 연합군이다. 다음달 1일 tvN·엠넷 등을 소유한 CJ ENM과 JTBC는 OTT 합작법인 '티빙'(TVING)을 출범시킨다. 성사되진 않았으나 웨이브와 CJ ENM, JTBC의 플랫폼·콘텐츠 협력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간 적도 있다.


"K-콘텐츠에 공동 투자하자" 불씨 살린 박정호

미완의 통합 OTT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웨이브를 만든 SK텔레콤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5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의 '디지털 뉴딜' 간담회에서 "미디어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 경쟁력"이라며 "K-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관련업계)가 공동 투자하고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K-콘텐츠 투자 확대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요청했다고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5G 네트워크와 K-콘텐츠·단말기 모두 세계 최고인데도 정작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에 세계 시장은 물론 안방도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박 사장이) 콘텐츠와 플랫폼 측면에서 토종 연합군의 필요성을 두루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웨이브, 티빙에 "합병하면 넷플릭스 이긴다" 제안



웨이브 이사를 겸하고 있는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은 한 발 더 나가 경쟁사인 티빙에 합병을 공개 제안했다. 전날 한국 OTT포럼이 주최한 세미나 자리에서다. 유 부사장은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바로 이길 수 있다"며 "웨이브는 합병하고 싶어 하지만 각자 입장이 있으니 안 맞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을 만들든, 서로 콘텐츠를 교환하든 넷플릭스를 상대로 단일화해도 이길까말까인데, 이대로 가면 1년 안에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굉장히 강하게 있다"고 했다. 토종 연합군인 'K-OTT'가 콘텐츠 제휴 등 초협력을 강화하고 역량을 결집하지 않으면 글로벌 공룡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 투자 22조원 vs 600억원 "이대로 가면 고사"

구체적으론 대규모 펀드투자로 K-콘텐츠 대작을 만든 후 합작 플랫폼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요컨대 지상파와 tvN, JTBC 등이 함께 역량을 모아 K콘텐츠를 만든 뒤 통합 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자는 얘기다.

SK텔레콤과 웨이브의 토종 OTT 통합 공론화 시도는 업계 차원의 생존 위기감의 발로로 먼저 이해할 수 있다. 전략적 M&A와 콘텐츠 투자 협력 등 공동 대응이 없을 경우 국내 미디어 시장 자체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첫 째다. 공룡 넷플릭스는 지난해 약 18조원의 오리지날 콘텐츠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22조원을 쏟아붓는다. 웨이브의 올해 투자액은 600억 원 수준이다. 2017년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가 지난해 5월 OTT 훌루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이종교합과 합종연횡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한상혁 "인수합병 전 단계서 콘텐츠 협업하면 경쟁 가능"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20/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20/뉴스1



정부의 문제 의식도 비슷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2일 OTT 콘텐츠 투자·제작 지원을 확대하고 미디어 플랫폼의 대형화·차별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웨이브, 티빙, 시즌 등) 국내 OTT 3사가 협업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자금을 펀딩해서 회사를 합치지 않더라도 콘텐츠 제작에 힘을 합치면 국내 OTT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수합병 전 단계라도 콘텐츠 제작 협업은 사업자들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콕 집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과 웨이브의 '통합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反웨이브 움직임 반작용?…웨이브, 종편 3사 콘텐츠 투자 확대

웨이브가 토종 OTT 업계의 '반(反) 웨이브' 움직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통합론을 선제적으로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선 웨이브 경쟁사인 티빙에 OTT '시즌'(Seezn)을 보유한 KT와 U+ TV를 가진 LG유플러스가 합류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만으로 해외 OTT와 반 웨이브 토종 OTT의 협공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웨이브가 최근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콘텐츠로 투자를 확대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티빙은 웨이브의 합병 공개 제안에 당장은 떨떠름한 입장이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SF8’ 포스터

웨이브의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SF8’ 포스터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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