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매각 무산]제주항공 책임론도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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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 모습.(뉴스1DB)© News1 |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계약을 해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빚더미 항공사로 전락한 이스타 인수까지 강행할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23일 제주항공 분기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이 회사의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9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스타항공 미지급금은 체불임금과 조업료‧운영비를 더해 17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현재 재무여건으로는 이스타항공 자금난을 소화할 여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해소를 요구한 미지급금은 맥스737 운영 리스크와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야심차게 도입한 보잉 차세대 기종 맥스737 기종은 추락사고 여파로 운항이 중단돼 매달 7억~8억원의 비용(보관료·리스료)을 지출하는 등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같은해 하반기부터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며 여객수요가 감소한 것도 경영위기를 부추겼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황이 고사위기에 내몰리며 영업자체가 어려웠다.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각종 협력사에는 대금을 주지 못했고 3월부터 임직원들의 임금체불이 이어졌다. 셧다운(영업중단) 장기화로 운항증명(AOC) 효력이 중단돼 사실상 항공사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불거진 경영난은 기존 경영진 및 대주주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인수무산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 지분 반납 등을 결정했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조치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제주항공이 선행조건 이행을 요구한 이후에도 직원들은 임금반납에 동의하는 등 고통분담안까지 검토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침묵했다.
또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선행조건 이행 범위를 놓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매각불발 여부는 제주항공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 존속‧해지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스타항공이 다른 인수 후보자 등 자구안을 고민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매매까지 가게 된 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데 대주주가 추가로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보였더라면 이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기약 없이 최종결정을 미뤄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제주항공의 행보 역시 비양심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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