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피해자 측 2차 기자회견 열어
변호인 "경찰 고소장 접수 하루 전, 검찰에 피고소인 알려"
중앙지검, 유출 의혹에 선 그어…"9일, 경찰 통해 고소사실 처음 인지"
피해자 측 "서울시 직원 20명에게 호소했지만…시장에게 허락받으란 말 들어"
시청 압수수색 영장 '기각'…성추행 방임 의혹 수사 난항
피해자 측 "인권위에 진정 접수 계획"…서울시, 자체조사단 계획 '철회'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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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폭로를 이어가면서 규명돼야 할 여러 의혹들도 생겨났다.
서울시 직원들이 수년간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과 함께 고소 사실이 '검찰'을 통해 박 전 시장에게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됐다.
◇"검찰에 가장 먼저 알렸다"…유출 경로 '오리무중'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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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수사기관은 '검찰'이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부장검사가)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면담 검토가 가능하다고 해서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 대해 말했다"며 "그 다음날인 8일 오후 3시 부장검사를 면담하기로 약속했는데, 7일 저녁 부장이 연락을 줘서 본인의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검찰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와 8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던 김 변호사는 피해자와 만나 오후 2시 30분쯤 경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전화로 물은 뒤 오후 4시 30분쯤 고소장을 제출했다.
8일 오후 3시쯤은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별보좌관이 박 전 시장의 집무실을 찾아 "실수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던 시점이다. 오후 3시 이전에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인지한 기관으로 '검찰'이 추가되면서 '검찰이 유출 경로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자 중앙지검은 전날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내용,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에 대해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다만 지난 7일 면담 요청이 온 것은 맞는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7일 오후 늦게 김 변호사가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사무실 전화로 고소장 접수 전 사전 면담을 요청했다"며 "해당 부장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면서 검토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부장은) 같은 날 퇴근 무렵 그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해 일정이나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 접수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 날(9일) 오후 4시 30분쯤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수사지휘 검사가 유선보고를 받으면서 처음 고소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민단체 등이 고소 사실 유출 경위를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한 가운데, '검찰' 또한 유출 의혹의 한 당사자로 떠오르면서 수사 주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경찰·청와대·여성단체 등이 피소사실 유출 경로로 지목돼 왔지만, 아직 규명된 바는 없다.
◇"'피해 방조'한 서울시 관계자들 수십명 있었다"
(사진=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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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은 약 4년 동안 총 20명의 서울시 직원들에게 성고충을 호소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묵살하고 사실상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부서 이동 전 17명, 부서 이동 후 3명"이라며 "이 사람들 중에는 직급이 피해자보다 높은 (이들), 그리고 인사 담당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직장 동료에게 박 전 시장에게서 온 텔레그램 문자·사진을 보여주며 고충을 호소했으나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 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래....", "예뻐서 그랬겠지"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성 고충을 인사 담당자에게 언급해도 전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는 "(인사이동과 관련해선)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아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성추행 방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고발인·피해자 진술조사를 했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청 6층 비서실 등 시청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중앙지법은 '압수수색 필요성 부족'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범인 박 전 시장의 사망이 영장의 주요 기각 사유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주된 행위한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도 방조한 사람은 수사해서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 키는 '인권위'에?…손 뗀 서울시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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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은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면서 시는 진상조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 독립기구인 인권위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구성하는 조사단에게 조사 대상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 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조사가 지속되고 있으나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과 수사 중단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인권위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변호인, 여성단체 측은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주쯤 인권위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여러 시민단체가 인권위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해 달라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피해자는 제3자 진정 사건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제3자 진정은 기본적으로 피해자 동의가 있어야 조사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가 직접 진정을 접수하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가 몇 달 동안 조사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조치가 '권고'일 뿐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고사항 그 자체로는 (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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