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추행 사건 묵인·방조 의혹
시 "향후 인권위 조사 협조"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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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측과 여성단체들이 서울시가 주도하는 진상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히면서 서울시가 직접 조사단을 구성해 추진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협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가 주관하는 조사단은 서울시와 성추행 당사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여성 및 인권 단체들의 우려가 많았다"며 "한국여성변호사회의 건의에 따라 서울시가 요청하는 진상 조사단 구성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변협은 "서울시는 성추행 의혹 당사자인 박 전 시장이 8년 8개월여간 대표자로 재직하던 기관으로서, 성추행 의혹 당사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조사단 구성이나 운영에서 제척되거나 스스로 회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조사 대상인 서울시가 직접 추천 단체를 특정해 조사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조사단 구성을 주관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매우 우려스러웠으나,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이러한 계획을 철회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서 이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변협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될 수 있도록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외부 기관이 주관하는 조사단 구성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사건의 진상규명,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시청 기자실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문을 읽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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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대책으로 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지난 15일 제안했다가 여성단체 등이 이에 응하지 않자, 외부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22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조사단 구성을 비판하면서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피해자가 4년여간 20명에 가까운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성희롱·성추행 피해와 고충을 얘기하고 전보를 요청했지만, 시장을 정점으로 한 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다"며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 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추행 방조' 혐의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 고충을 인사담당자에게 언급했으나,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에서 '방조'라고 하는 것은 정범의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말한다"며 "(관련자들이) 피해자 전보 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추행의 피해에 계속 노출되도록 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 추행 방조 혐의 또한 인정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피해자 지원 단체의 진상규명 조사단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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