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 철퇴를 촉구하는 시위대가 휴대폰 손전등을 켜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포틀랜드|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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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적 인종차별을 없애라며 20일(현지시간) 동맹파업을 벌였다. 지난 5월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짓눌린 채 숨진 사건을 계기로 주요 도시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현장에 “연방정부 요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해 ‘과잉진압’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제서비스노조 등 60여개 노동·사회 단체로 이뤄진 주최 측은 이날 200여개 도시에서 최소 2만명의 노동자들이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연대하는 ‘흑인 생명을 위한 파업’(Strike for Black Lives)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였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의료·교통·건설 분야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선 경찰 폭력 피해자들이 피켓 시위와 함께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맥도널드에선 노동자들이 ‘8분46초’ 동안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막았다. 플로이드는 쇼빈의 무릎에 8분46초가량 뒷목이 짓눌려 있다가 숨졌다.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 85개 요양원 6000여명의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노동자들에게 개인 보호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우버 운전사인 제롬 게이지(28)은 “운전사들에게도 건강보험과 병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미니애폴리스의 공항 노동자인 글렌 브라운(48)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파업 조직자 중 한 명인 윌리엄 바버 2세 신부는 “이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정치 시스템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수도 워싱턴과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위는 계속돼왔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새로운 시위 방식도 등장했다. 지난달 1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무력 진압에 나섰던 워싱턴 거리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광장’(Black Lives Matter Plaza)으로 통한다. 이날 광장에선 시위대 100여명이 ‘요가 시위’를 벌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숨을 쉬어라” “균형을 잡아라”와 같은 주문은 곧 시위대의 외침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정부 요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법 집행관들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민주당 시장’이 있는 곳을 콕 집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CBS 등은 국토안보부가 이번주 시카고에 150~170여명의 요원을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 포틀랜드에서 신분을 숨긴 ‘연방정부 신속 대응팀’이 무차별적으로 시위대를 체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잉진압 비판이 거셌음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방정부들은 반발하고 있다.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CNN에 “연방 요원들의 존재는 더 많은 폭력과 기물 파손으로 이어져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리건주와 미국시민자유연합은 국토안보부에 대해 권력 남용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연방요원의 배치는 불안만 키울 뿐이다. 연방정부가 진심으로 이 상황을 구제하고 싶다면 비밀리 활동하는 연방요원을 보낼 게 아니라 총기 규제를 강화해 거리에 나도는 불법 총기류부터 줄어들게 하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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