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고소 예정인 전두환 측 증인, 지난 재판에서 헬기 사격 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열린 20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전씨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5·18기념재단이 “육군 항공부대 지휘관을 위증죄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휘관은 지난 재판에서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2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씨 사자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위증죄 고소는 불공정하다”며 “그러면 누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5·18기념재단을 역으로 비판한 정 변호사는 “사실이 아닌 사안이 있다면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대 신문을 통해 어느 말이 진실인지 가려야 한다”며 “자기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위증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 대해 조금 불만을 갖고 있다”며 “서울에서 해야 될 재판을 광주에 와서 재판하는 게 어떤 면에서 보면 팔 하나 묶어놓고 경쟁을 하라는 취지로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히 위증죄 고소 방침은 한쪽 팔에 이어 한쪽 다리까지 묶어놓고 경쟁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역사적 진실을 밝힐 의무를 가진다”며 “(5·18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은 법정에 나와 진실을 진술해야 한다. 법정에 서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증언을 촉구했다.
고발인 측인 조영대 신부도 재판부에 불만을 표했다. 조 신부는 “재판 지연 전략으로 전씨 측이 증인을 신청하고 있다”며 “법원이 여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신속히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열린 20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고발인 측인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
5·18기념재단은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군 관계자가 재판에서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으로 판단, 위증죄 고소를 검토 중이다.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던 송진원씨 등이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송 전 여단장은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1980년 5월 광주에 온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기념재단은 ‘송 전 여단장이 1980년 5월21일과 27일 광주를 방문했다’는 군 기록에 근거해 위증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고 법률 자문을 거치고 있다.
앞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아무런 반성 없이 여전히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위증한 사람 역시 죄를 물어야 한다”며 송 전 여단장 등을 위증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적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은 국방부 헬기 사격 특별조사위원회 등 국가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로 인정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옛 전남도청 앞 옛 전일빌딩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 대부분도 헬기에서 쏜 것으로 감정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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