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무공천' 주장에 정치권 갑론을박
정청래 "혼자만 멋있기 운동 부적절" vs 전재수 "당헌·당규 무시해선 안 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은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해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20일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라며 민주당이 공천을 내지 않는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라고 써놨다. 그러면 지켜야 한다.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연이은 성 추문 의혹에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지사 의견이 맞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인기성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이 지사 의견과 같이 무공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이 시기에 '혼자 멋있기 운동'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지사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하신 말씀이 액면 상 구구절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당과 당원들의 아픔을 먼저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속상해하고 있는 동지들을 먼저 살피자"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무상급식문제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후보를 안 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후보를 안 냈는가"라면서 "이런 중대사는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
반면 이 지사의 '민주당 무공천'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오 전 부산 시장과 박 전 서울시장의 연이은 성 추문 의혹에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지난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권이 당헌·당규를 너무 무시하고 그리고 사실상 자기 자신들에게 귀책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무표정하게 무책임하게 후보를 내고 또 표를 달라고 해왔다"라며 보궐선거에서의 민주당 무공천을 주장했다.
전 의원은 "악순환의 고리를 한 번쯤은 끊어줘야 한다. 4대 중대범죄라든지 여러 가지 것들을 해서 재보궐 선거의 사유를 제공한 정당이 한 번쯤은 우리가 후보를 내지 않으면 그 뒤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당연히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진 전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에서 공천할 거라는 거 뻔히 알면서 그냥 해주는 립서비스인지, 아니면 정말 당내 비난을 무릅쓰고서 무공천 약속을 관철해내려고 하는지"라며 이 지사 발언에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재명에 대해서는 나중에 쓰겠다. 이제 레이스가 막 시작된 터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로 모순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후보가 되려면 일단 '친문(親文)'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되려면 친문적폐를 청산해야 하니까"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