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에 대한 수용여부 답변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판매사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권고라며 반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고객들의 이탈과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1일과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분조위 100% 배상 권고 안건을 상정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이사회 개최를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100% 배상을 권고했다.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인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감추고 판매했다는 판단에서다.
분조위는 지난 7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에 이 같은 권고안을 통지했고, 판매사들은 오는 27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판매는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 총 1611억원 규모다.
판매사에서는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펀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판매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운용사가 부실을 숨겨 판매사도 일종의 피해자인데 운용사 몫까지 떠안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사기가 아닌 이상 판매사가 투자 원금을 전액 반환한 전례도 없다.
판매사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보상을 하게 되면 판매사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배임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앞서 금감원 분조위가 키코 배상을 권고했지만 대부분 금융사들이 배임 우려 탓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금감원의 배상권고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현장 검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눈 밖에 나서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판매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배상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추후 소송을 통해 다투게 된다. 판매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분조위 권고안를 충분히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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