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막말 정당’ 트라우마
박원순 관련 발언 신속 징계
미래통합당이 ‘막말 경계령’을 선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부동산 실정 등 여권발 악재에도 당내 인사들의 말실수로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황교안 전 대표 시절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로 위기에 몰렸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조기 선거 대비 체제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박 시장 관련 의혹을 ‘섹스 스캔들’이라고 한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에게 2개월 활동 정지라는 징계 권고 조치를 했다. 발언 다음날 신속하게 징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하는 사람이 생각 없이 말했기 때문에 사전 경고하는 의미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 체제와는 달라진 기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 결렬 과정에서 거친 대여 투쟁을 선택하지 않았다. 9일 밤 박 시장 실종 소식이 알려지자 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 때는 “대통령 입·퇴장 시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게 원내지도부 의견”이라고 했다.
이처럼 달라진 대응은 한국당 시절부터 계속된 막말과 장외투쟁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김진태 전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이종명·김순례 전 의원의 5·18 관련 막말 논란이 터진 뒤 징계를 유야무야해 상황을 악화시켰다. 4·15 총선을 앞두고 차명진 전 후보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이 나왔을 때도 탈당 권유라는 약한 징계에 그쳤다.
통합당의 막말 경계령은 재·보선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단속이란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대선에 버금가는 재·보선’을 예고한 만큼 당내 누수를 다잡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한 의원은 “내년 재·보선은 말조심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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