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측 “서울시장 출마는 지나친 확대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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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화상국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
“법무부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지난 1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자신이 페이스북에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 고 올린 글이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자 12시간 뒤 다시 글을 올렸다. 국무위원의 자격을 강조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계속됐다. 같은 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추 장관 발언과 관련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한 뒤 “서울시장 나올 모양이네. 아니면 대권?”이라고 썼다.
추 장관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 된 건 자기 업무와 거리가 먼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나름의 진단과 대안을 담고 있어서다. 추 장관은 “한국경제는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하는 경제다. 불로소득에 올인하면서 땀 대신 땅이 돈을 버는 부정의, 불공정 경제가 된 것”이라며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를 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토교통부를 향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해 왔지만 추 장관은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맞섰다.
야권은 추 장관의 발언을 ‘뜬금없는’‘외도’로 규정했다. 19일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추 장관이) 뜬금없이 부동산 논쟁에 끼어들었다”며 “총체적 난국을 맞은 법무부 감당도 어려워 보이는데 업무 밖 외도를 하시니 국민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8일 권영세 통합당 의원도 “법무부장관이라는 사람이 나서서 운동권 1, 2학년생 논리로 현 정부 책임 회피하고 남 탓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18일 페이스북에 “금부분리? 참으로 희한한 듣보잡이론이다. 아주 시장경제 하지 말자고 해라”라며 “문 정부 주택정책은 투기적 수요와의 전쟁일 뿐이다.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다분히 감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지방의 돈과 사람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들면 집값 급등은 막을 길이 없다. 가장 근본 해법은 지방살리기”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을 살려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주택정책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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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추 장관의 부동산 훈수가 정치적 논란을 낳는 건 그가 법무부 장관이라서다. 최근 검언유착 사건 처리와 관련된 수사지휘권 행사로 인해 추 장관과 검찰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여기에 검찰 간부 인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문제 등이 뒤얽힌 법무부의 현안의 무게는 집값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버금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2017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재직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재직 기간 동안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일체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인플루언서인 조국 전 장관도 장관 재직시절에는 주로 '법무부 알림'과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추 장관은 지난 1월 2일 취임한 이래 총 63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처음엔 '법무부 알림'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 각종 현안에 대한 자기 주장을 담은 글이 자주 올리고 있다. “대부분 본인이 직접 쓴 글”이라는 주변의 설명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 여성후보 공천론이 대두되면서 안 그래도 추 장관의 행보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높아진 터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그린벨트는 당정청이 공급정책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서울시는 반대해 왔던 현안이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의사가 있다면 괜히 SNS에서 변죽을 울리지 말고 오는 월요일 아침에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 평론가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윤석렬 때리기' 부터 부동산 발언까지 추 장관이 보인 일련의 행보는 법무부장관으로서 업무 집행을 위한 표현으로 보긴 어렵다”며 “지방선거나 대권 도전 가능성과 연관 짓는 건 자연스런 해석”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 측은 더 이상의 확대 해석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추 장관의 한 측근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출마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진성준 의원이 한 방송토론에서 한 말실수로 언론과 야당의 과도한 질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와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판단해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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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화상국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20/07/19/d09e669c476a45ec9446d15328a29af1.jpg)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초청강연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20/07/19/7399e0a0fe0543c68d4f2f2451b28d2f.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