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계약 해지 조건 충족" 입장 발표…사실상 파기 수순
임금체불, 각종 미지급금 등 대규모 부채가 결국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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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의 선행조건 이행 요구를 이스타항공이 충족하지 못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16일 전날(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SPA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16일 이스타항공 사무실의 모습.2020.7.16/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제주항공의 선행조건 이행 요구를 이스타항공이 충족하지 못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8개월여만에 파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이스타항공은 악화된 재무여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맞물리며 '빚더미' 항공사로 전락해 제주항공도 이를 떠안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전날(15일) 밤 12시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내 미지급금 등 선행조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MOU) 체결부터 지금까지 진행돼 온 8개월 가량의 이스타항공 M&A 거래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부채를 갖게 된 것은 그간 각종 악재를 겪으며 악화된 경영환경 때문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도입한 보잉 차세대 기종 737 맥스 기종은 추락사고 여파로 운항이 중단돼 매달 7~8억원의 비용(보관료·리스료)을 지출하는 등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전락했다. 또 그해 하반기부터는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인한 여객감소 등으로 매출 증대 역시 어려워졌다.
올해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돼 재무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각종 협력사에는 대금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3월부터는 임직원들의 임금체불이 이어졌다. 또 '셧다운' 장기화로 운항증명(AOC) 효력이 중단돼 사실상 항공사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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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창업주이자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사진을 들고 항공운항재개와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2020.6.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임금체불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이 의원측은 5개월 넘게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이 의원 일가 소유의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전량 회사에 반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제주항공에 인수 포기의 명분만 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타이이스타 보증문제, 체불임금 등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해 왔는데 이 의원의 지분 반납으로 인한 재원마련은 결국 M&A가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제주항공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수 무산이 현실화된 현재도 '빚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것 자체가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이 선행조건 이행을 요구한 이후에도 직원들은 임금반납에 동의하는 등 고통분담안까지 검토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침묵했다.
이스타항공 한 관계자는 "직원들은 5개월 넘게 임금도 못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임금 반납까지 동의했다"며 "애초에 매매까지 가게 된 게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데, 대주주가 추가로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보였더라면 이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과의 M&A가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가며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인수계약 파기 이후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기업회생보다는 청산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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