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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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피고인이 특별하거나, 다투는 쟁점이 특별하거나.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한 '이재명 사건'은 어떤 경우였을까. 앞 문장에서 해당 사건을 '이재명 사건'으로 지칭했듯, 전자의 경우에 가까웠다. 피고인이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기에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실제 보도들도 법리적 쟁점보다는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에 초점을 맞춰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재밌는 법적 쟁점을 다루고 있다. 공직 후보자에게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처벌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다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완전히 뒤바뀐 사건이다.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의 토론회 중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 이유로 △질문 및 답변의 의도 △발언의 다의성 △합동토론회의 특성 등을 들었다. 발언 내용이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나 없었나를 특정할 수 없게 불분명하고, 그 발언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의 의도적 사실 왜곡은 아니라는 취지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만을 추출해 언급한 것으로는 어떤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즉흥적인 질문이 이뤄지는 토론회 특성상 답변의 의미가 다의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어떤 질문에 대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만 일부러 숨기고 답했다면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발언의 전체적 취지와 선거인이 이런 발언을 접했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일부 친형에 대한 절차를 피고인이 진행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한 것은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내용을 진술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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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7명은 1심의 판단을, 5명은 2심의 판단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는 공직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죄를 함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에 앞선 1·2심보다 더 나아간 판시도 있었다. 대법원이 새롭게 제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법의 테두리 안에 공직 후보자의 발언을 가두고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자유선거의 원칙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곧 표현의 자유"라며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 측 논리에서도 나아간 부분이 존재한다. 반대 의견을 낸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 공방 과정에서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 유포가 허용되거나 그에 대한 금지 척도가 낮아질 경우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알게 된 정보를 믿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토론회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해 토론회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견과 같이 '공표'의 의미를 해석할 경우 오히려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가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지게 될 우려가 커지고, 무엇이 허위사실공표죄에서 금지하는 공표행위인지 여부를 국민들이 알 수 없게 된다"며 "'공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이고, 다수의견은 이 의미를 벗어나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조하자는 것으로 이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추후 일선 법원들도 비슷한 사건에서 위와 같은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법관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린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추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공직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할 것인가'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큰 논쟁거리를 제시한 셈이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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