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1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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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이후 여권 대권주자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도전한 뒤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다. 여론조사에서는 한 자릿수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민주당 내에 기동민·박홍근 의원 등 박원순계 의원들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시청 정무직을 거친 민주당 인사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서 대거 금배지를 달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박원순계’라고 할 만큼 민주당 내에 뚜렷한 계보를 형성했던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은 2017년 대선 이후 차기 대권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추락한 사건과 이어졌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행 사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연루 의혹에 이어진 또 하나의 대형 사건이 됐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잇단 낙마와 추락은 여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통방송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7월 13~15일 사흘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2.5%포인트) 내인 4.3%포인트로 좁혀 들었다. 민주당은 35.4%의 지지율을 보였고, 통합당은 31.1%를 나타냈다. 이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급락해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부동산 파동과 박 시장 성추문 의혹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악재는 여권 대권주자 모두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4월 총선의 압승 이후 탄탄대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곳곳에서 악재가 돌출한 것이다.
재보궐 선거는 2022년 대선 전초전
박원순 시장의 사망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파이를 키웠다. 부산시장 선거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까지 하게 된 것이다. 거대도시 1·2위의 선거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게 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압승했지만 부동산 파동·성추문 의혹 등으로 서울시장 선거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한 인사 역시 “부동산 이슈가 너무 불거졌다”며 “통합당이 구 정치인을 내세우거나 예전처럼 실수를 한다면 모를까,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에서는 “부산시장 선거 외에 서울시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됨으로써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압승한 기세를 몰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2022년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량급 변수가 등장했다. 이재명 지사가 7월 16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다시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가 ‘2강 다약’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2강은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를 말한다.
이재명 지사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 이미 7월 초에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였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7월 4∼7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전화면접 40%, ARS 60%)에 따르면 범여권 대권주자끼리의 지지율에서 이낙연 의원이 28.8%였고 이재명 지사는 20.0%를 차지했다. 김부겸 전 장관이 3.3%로 3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6%로 4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4%에 그쳤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차이는 8.8%포인트에 불과했다. 오차범위(±3.1%) 밖이긴 하지만 지난 6월 조사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6월 한길리서치의 동일한 정기조사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33.3%였고, 이재명 지사가 14.5%였다. 지지율 차이는 18.8%포인트였다.
7월 조사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의원에 비해 20대와 30대에서 앞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취업의 공정성과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은 이 지사의 화끈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무죄판결이 난 만큼 이 지사의 지지층이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경영 소장은 “이낙연 의원 대세론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독특한 지지성향이 나타났다. 이재명 지사는 도정을 맡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이낙연 의원에게 밀렸지만, 자신의 고향(안동)이 있는 대구·경북에서는 앞섰다. 이낙연 의원의 고향인 호남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이재명 지사는 또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의원에게 밀렸다. 하지만 무당층, 중도 성향에서는 이낙연 의원을 앞섰다. 홍형식 소장은 “이낙연 의원의 지지는 폭이 넓지만, 이재명 지사의 지지는 팬덤이 강하면서 역설적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7월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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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과 이재명 지지율 격차 좁혀져
박원순 시장의 사망과 이재명 지사의 무죄판결은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에 맞서 김부겸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친낙 대 반낙’의 구도가 성립됐다. ‘이낙연 대세론’에 속하지 않은 다른 대권주자들은 ‘반낙’에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김 전 의원에게는 다소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낙 대 반낙’ 구도가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쇠는 친문 세력과 박원순계 의원들이 쥐고 있다. 한 박원순계 의원 측은 “이재명 지사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박원순계 의원들이 이 지사 측으로 몰려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친문 세력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전당대회 국면에 이르기까지 여권의 상황을 묵묵히 관망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재명 지사의 무죄판결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무죄판결을 기대하게 만든 만큼 친문의 선택은 김 지사의 판결 이후에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까지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친문의 선택은 김 지사의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친문은 대세론보다는 팽팽한 대결 국면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주자의 팽팽한 대결은 일단 이낙연 의원 대 이재명 지사의 레이스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지사와 가장 가까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는 공무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책임을 부여하면서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탁월한 행정 능력을 보였다”면서 “일단 도정에 주력하면서 서서히 차기 대권주자로서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지사의 경우 당내 지지 의원이 적다는 약점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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