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 2년만에 41% 증가
경찰청, 2개월 간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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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데이트 폭력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사건 중 상당수가 음주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폭행의 수위와 강도에 가려진 음주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1만9,940건으로 2017년(1만4,136건)과 비교해 2년만에 무려 41% 증가했다. 이에 경찰청은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해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가 술집 골목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폭행해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그는 술을 마신 후 사귀면서 서운했던 이야기를 하던 도중 돌연 화를 내고 폭언과 폭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남자친구가 평소에도 술만 마시면 돌변해 폭력적인 언행을 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음주가 데이트 폭력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만큼 음주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성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군포시에서 2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말다툼을 하던 중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다투는 소리에 거실로 나오던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으며, 경찰 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시면 감정 조절과 자기 통제가 어려워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되기 쉽다. 알코올이 충동 조절 능력과 도덕성, 이성적 판단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과음이나 폭음을 해왔다면 전두엽 기능 자체가 저하돼 더 쉽게 흥분하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허성태 원장은 “가해자가 알코올 중독 상태라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데이트 폭력은 지속될수록 폭력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때 술을 마실 경우 통제가 불가능해 상대방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현행법에서는 데이트 폭력 위협을 느껴도 신체나 재산 등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있기 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지난 2018년, 검찰이 3회 이상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정식 기소할 수 있도록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이를 범죄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대방이 술에 취해 폭력을 가한 뒤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술만 안 마시면 괜찮은 사람이라며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허 원장은 “폭행을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저지른 행위로 치부하고 술 탓만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뿐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데이트 폭력은 남녀 간의 단순 사랑 싸움이 아닌 명백한 범죄 행위이므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엇보다 음주 문제가 포함된 데이트 폭력은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상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적 처벌과 함께 재발 및 예방을 위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평소 술에 취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연인이 있다면 숨기기보단 가까운 알코올 상담 센터나 전문 병원 등을 찾아 반드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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