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씨의 동상 철거를 담은 조례안 심사를 연기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명이 낸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에 설치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동상. 청남대 제공 |
행문위는 “여론을 더 수렴하고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한 논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행문위는 우선 회기가 없는 다음달쯤 토론회나 공청회를 열어 두 사람의 동상 철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후 동상 철거로 의견이 모아지면 오는 9월 제385회 임시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조례안에는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행문위의 이 같은 결정에 동상 철거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는 충북도의회가 보수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단체인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지난 7일과 이날 잇따라 두 사람의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 충북도의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는 원칙도, 근거도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청남대 동상 철거를 위한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에 설치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청남대 제공 |
정지성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5월 이시종 충북지사와 가진 면담 뒤 충북도에서 7월 안에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충북도의회는 보수단체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하루빨리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청남대는 전씨가 대통령이었던 1983년 건설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충북도로 소유권을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동상, 유품,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길을 조성했다.
충북도는 지난 5월14일 도정 자문위원회를 거쳐 전씨와 노씨의 동상 철거를 결정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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