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16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이 지사의 위기 속 생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과감한 정치적 승부가 늘 성공으로 귀결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위기마다 거듭 생존하며 범여권 유력 대권 주자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의 정치 행보 역시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할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2006년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0년 성남시장 당선과 재선,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까지. 거물급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를 흔든 결정적 위기의 장면 세 가지를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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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불화와 불륜·혜경궁 김씨…이재명의 '3종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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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나선 선거마다 매번 상대 후보가 거론하는 단골 소재는 정치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전과 기록이다. 지금도 '안티' 세력으로부터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듣게 하는 꼬리표다.
2002년 변호사 시절 방송사 PD의 부동산 개발비리 의혹 취재를 돕는다는 이유로 검사를 사칭해 당시 성남시장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건이다. 법원은 이 지사가 공동정범으로 검사사칭에 가담했다며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을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또 2004년 7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대해선 이 지사도 질문을 받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인정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 관련 2018년 12월 4일 수원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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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도 순탄치 않았다. 2014년 이 지사가 셋째 형수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설전을 벌인 통화 녹취록이 유출됐고, 비슷한 시기 모 여배우와의 '불륜설'마저 제기됐다. 이는 고스란히 2018년 도지사 출마 때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욕설 논란은 셋째 형 이재선씨가 2017년 11월 작고한 데다 가족 간 불화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불륜설은 여배우의 주장 외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그라졌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3위(21.2%)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친문(親文) 세력과의 치열한 갈등에 내몰렸다. 특히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 비방글을 많이 올린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아내라는 경찰 수사 결과로, 당 주류인 친문으로부터 도지사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해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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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진보 확고한 지지층 기반…"추진력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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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이처럼 여러 번의 위기 속에서도 매번 살아남으며 대권 주자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저력은 무엇일까. 우선 '확고한 지지층'이 꼽힌다. 특유의 친 청년 정책은 젊은 진보성향 유권자로부터 환영받고, 장애인·저소득 가구 등 사회 소외 계층의 지지세도 두텁다. 대법 판결 현장에도 이 지사의 열혈 지지층이 다수 찾아 개인방송으로 결과를 알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당과 계파색도 옅은 편이다. 친문과 껄끄럽다는 건 반대로 민주당의 실책에도 타격이 적다는 의미다.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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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행정력으로 '일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굳혔다. 성남시장 시절 모란시장의 개 보관·도살시설 철거를 밀어붙여 2016년 말 성과를 낸 것, 포천 백운계곡을 비롯해 경기도 내 주요 계곡에 수십 년간 방치됐던 평상 등 불법시설물 철거를 지난해 완료한 것 등이 이 지사 특유의 추진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올해는 코로나 19 확산 시기 과천 신천지본부 현장조사와 신도명단 입수, 이만희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등 투사적 면모를 보였다. 또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도 재난기본소득을 선제 지급했다. 최근에는 독과점 논란을 빚고 있는 배달 앱 관련 공공 앱 개발을 자처하면서 "실패한 정책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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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주자 이낙연 잇는 2위…'사이다' 색깔 빛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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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격차 있는 2위를 기록 중인 이 지사지만, 전망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신중한 이낙연'과 '사이다 이재명'으로 평가받는 두 주자의 완전히 다른 색깔을 고려하면,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는 내달 전당대회 결과와 앞으로 이 지사의 도정 성과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지사 스스로도 대권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경기도청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국민께서 저에 대해 약간의 기대를 하고 계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주권자인,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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