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아냐" 주문 읽자…법정 안 지지자들은 박수쳤다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임찬영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가전제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선고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선고돼 지사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던 이 지사가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대법원은 해당 혐의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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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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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29일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中

김영환(당시 바른미래당 후보) :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

김영환 : 그럼 성남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이재선씨를 아무런 문진이나 검진도 없이 정신병자라고 판명했습니까?

이재명 : 그거는 (형이)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에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 치료를 받은 적도 있고 계속 심하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 큰형님, 누님, 형님, 제 여동생과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2018년 6월5일 MBC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中

이재명 :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 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 보자라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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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에서 자유로운 '중립공간' 필요…선거운동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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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전날(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된 토론회 발언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다고 봤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우선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을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형에 대해 한 강제입원 관련 발언 일부는 의혹 제기를 한 상대방 질문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이를 넘어 어떤 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알리는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사실과 반대되는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며 "강제입원 발언을 원심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선거운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의사를 대의기관에 정확히 반영하는데 있다"며 "이를 이루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 전달과 자유로운 의견 전달이 이뤄져야 하고, 선거 공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선거운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표현의 한도를 넘는 것은 엄중하게 제한해야 하지만 자유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 주제나 맥락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게 아닌 이상 허위 사실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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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주문' 끝나자…곧바로 이재명 지지자들 환호·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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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다는 주문을 읽자, 대법원 대법정 내부에서는 방청객들의 이례적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원합의체 선고가 이뤄지는 대법원 대법정은 경비가 삼엄해 항상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곳이다.

이날 재판을 직접 방청하기 위해 온 20여명의 이 지사 지지자들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와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선고가 끝난 후 대법원 앞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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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 간 치열한 논쟁 있었나…'반대의견'서 드러난 극명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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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죄 판단에 반대하는 대법관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박상옥 대법관 등 5명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 후보자간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며 원심을 확정해 이 지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대법관은 "개별 사안에 따라 그 허위성 등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 기존 해석은 선거의 공정성과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사는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독촉했음에도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을 넘어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피고인이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게 만들었다"며 "이는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앞선 2심의 판단과 맥을 같이 한다. 2심은 "이 지사가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며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으면서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점은 사실과 다르고 이는 소극적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 사실을 발언한 것"이라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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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측 "대법원 판단에 경의…도정 전념할 수 있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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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고가 끝난 후 이 지사 측 변호인인 김종근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헌법합치적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천삼백만 경기도민의 선택이 좌초되지 않고, 지사께서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길고 힘든 시간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절차에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법관들의 반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앞으로 후보자 토론회는 함부로 말하는 곳이 아닌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자신을 보여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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