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스타측 최종 공문 받아…진척 사항 없단 판단"
인수 시 '동반부실' 우려 여전…이스타 파산 절차 돌입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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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해 인수합병을 위한 선결조건 이행 제시 마감일인 15일 김포공항에 계류되어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의 모습.이스타 항공은 이날 자사 주식 약 60만주를 되찾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2020.7.15/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제주항공의 선행조건 이행 요구를 이스타항공이 충족하지 못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파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M&A로 항공업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이 가중되며 '동반부실' 우려를 쉽게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 지원 검토도 사실상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극적 합의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자료를 내고 "전날(15일) 밤 12시까지 이스타홀딩스가 SPA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내 미지급금 등 선행조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제주항공은 15일 이스타홀딩스의 최종 공문을 검토한 결과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 판단, 계약 해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본 것이다. 다만, 정부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은 추후에 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MOU) 체결부터 지금까지 진행돼 온 8개월가량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거래는 없던 일이 됐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행조건이 이스타항공 입장에서 자체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보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직원들의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조업료·운영비 등 17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임금체불 일부 반납에 동의하며 고통분담안을 내놨고, 경영진은 리스사 등 관계사와 국토교통부측에 리스비와 공항시설이용료 등 유예 및 감축을 요구하며 미지급금 규모 축소에 총력을 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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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해 인수합병을 위한 선결조건 이행 제시 마감일인 15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이스타 항공은 이날 자사 주식 약 60만주를 되찾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0.7.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정부도 지속적으로 제주항공과 접촉하며 인수를 독려해 인수무산으로 기운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M&A 성사를 촉구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도 체불임금 해소에 대한 양사 의견을 청취하며 중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으로선 이같은 이스타항공과 정부 노력에도 인수 시 닥칠 '동반부실' 우려를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약 900억원 수준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수는 유동성 리스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제주항공 2대 주주인 제주도가 제주항공 측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신중히 결정하라"는 의견을 밝힌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이 힘든 만큼 제주항공이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M&A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형평성 문제부터 이상직 의원 등 정치권과도 연결돼 있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과의 M&A가 사실상 파기 수순에 접으들면서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인수계약 파기 이후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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