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마크 퀸, 반(反) 인종차별 시위 참가 여성 동상 세워
반 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했던 젠 리드와 그녀의 모습을 본뜬 동상 [EPA=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과정에서 철거된 17세기 노예 무역상 동상 자리에 흑인 여성 동상이 새로 들어섰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예술가 마크 퀸과 반 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했던 흑인 여성 젠 리드가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의 중심가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당초 이곳에 있던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의 주추에 리드의 동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퀸은 '힘의 부상'(A Surge of Power)이라는 이름의 작품이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를 지속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드는 자신의 동상에 대해 "브리스틀의 시민들이 정말로 환영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는 영국으로 번졌고, 지난달 브리스틀 시내에서도 1만명의 시민이 모여 인종차별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때 일부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의 이름을 딴 콜스턴가(街)로 몰려가 밧줄을 걸고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 내렸다.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브리스틀 항구 아래로 던지는 시위대 [AP=연합뉴스] |
브리스틀은 과거 영국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도시로, 콜스턴은 17세기의 노예무역상이었다.
1895년 세워진 콜스턴의 동상은 그동안 브리스틀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에서 존치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 있었다.
17세기 브리스틀의 '로열 아프리칸 컴퍼니'라는 무역회사의 임원이었던 콜스턴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흑인 남녀와 아동 등 총 8만여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1721년 사망한 콜스턴은 이후 자신의 재산을 자선단체들에 기부했고, 브리스틀의 거리와 건물에는 그의 이름이 붙은 곳이 많다.
당시 콜스턴의 동상이 끌어내려지자 시위에 참여했던 리드가 주추로 올라가 한쪽 주먹을 굳게 쥔 채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퀸은 이 사진을 본 뒤 리드에게 연락해 동상 작업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빈 리스 브리스틀 시장은 그러나 리드의 동상이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설치됐다며, 콜스턴 동상을 무엇으로 대체할지는 시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브리스틀시는 끌어 내려진 콜스턴 동상을 수거해 BLM 시위 과정에서 사용됐던 플래카드와 함께 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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