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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폭력 의혹엔 침묵?"…미투 '선택적 정의'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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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남인순 등 與 의원들,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말 아껴

'친여 인사' 공지영 "조문하지 않겠다는 정당, 각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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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 A씨에게 보낸 비밀대화방 초대 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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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이들의 침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젠더폭력 근절을 강조했던 여당은 해당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다 뒤늦게 입장문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책에 힘쓰겠다고 했다. 친여 인사로 알려진 이들도 박 시장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이 '선택적 분노'를 하는 게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지냈던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1992년부터 함께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뭐라 말할 수가 없다. 그저 눈물뿐"이라고 말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 의원은 지난 13일 박 시장 성추행 피해 고소인의 기자회견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아직 못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의 빈소 조문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고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남 의원은 박 시장의 영결식 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남 의원은 민주당에서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평생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故 박원순 시장님의 삶을 기리며 추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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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13일 박 시장의 영현이 서울시청 영결식장에서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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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평소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인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것에 반발하고 나섰다. 고인을 애도하는 뜻은 이해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 존재하는 만큼 사안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보여야 했다는 것이다.


직장인 허모(26)씨는 "그동안 미투가 일어나면 정치권에서도 이를 지지하면서 피해자들의 입장에 섰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것 같다"며 "민주당 여성 의원들 같은 경우, 아무런 말도 없고 민주당 대표는 '추모가 먼저'라는 입장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용기 내서 폭로한 것을 정치권에서 지지해줘야 하는데 이를 지지하기는커녕 비판만 하는 행태"라며 "정치권에서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적극적인 수사를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추행 피해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를 주도하는 식으로 박 시장을 두둔하는 친여 인사들도 있었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추모하는 서울시 온라인 분향소 주소를 공유하면서 "아직은 눈물이 다 안 나와요, 라고 쓰려니 눈물이 나네"라며 "바보 박원순"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앞서 공 씨는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의 트위터 글을 공유했다. 공씨가 공유한 글에서 이 전 의원은 "지인이 죽으면 조문이 도리"라며 "조문 안 가는 걸 기자 앞에 선언할 만큼 나는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문도 하지 않겠다는 정당이 추구하는 세상은 얼마나 각박한 세상일까!"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공 씨 등 친여 인사들의 박 시장 감싸기가 진영논리로 번져 사안의 본질인 성추행 의혹이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고인이 아니라 생존한 고소인"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과 범여권은 피해자나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비판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가해자가 자신의 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싸주기에는 너무 큰 범죄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공지영 등 친여 인사들은 피해자 2차 가해에 앞장서고 있다. 만약 박 전 시장이 여당이 아닌 야당 의원이었어도 이런 상황이었겠나"라며 "지금 진영논리에 너무 몰입한 사람들이 피해자와 피해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 정치권이 성인지감수성을 갖추고 관련 대처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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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좌)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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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근절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성폭력의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라며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숨죽이며 살아갈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위력 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란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14일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전체 지역위원회의 성 비위 관련 긴급 일제 점검을 해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여당 여성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더 이상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엇보다 먼저 당사자의 인권 보호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호소인이 '직장 내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인 당했다'고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는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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