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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소' 통보 미스터리에 하태경 "누군가 기밀 유출···죄질이 나빠"

서울경제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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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소' 통보 미스터리에 하태경 "누군가 기밀 유출···죄질이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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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통보받은 후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 확실시되면서 누가 박 전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유출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무상 비밀 누설한 청와대 관계자를 즉각 찾아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와대와 경찰이 故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고소 사실 통보한 적 없다고 밝혔다”며 “공식 통보가 아니라면 누군가 기밀을 유출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고 지적한 뒤 “이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도 적었다.

하 의원은 이어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면서 “청와대는 공식 통보 안 했다고 발뺌만 할 것이 아니라 성추행 고소 사실을 유출한 관계자가 누구인지 당장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와 제24조에 따르면 극도의 비밀유지가 강제되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박 시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고소 사실을 전달받았다. 범죄 혐의 당사자에게 고소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은 증거인멸과 범인도피, 보복범죄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죄질이 나쁘다”고도 했다.



하 의원은 또한 “특히 피해자 측은 성추행 범죄의 특성상 박 시장의 휴대전화 압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소 당일 경찰에 절대 보안을 요청했는데도 고소 사실이 유출된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린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덧붙여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은 경찰로부터 고소 사실을 보고받은 라인에 있는 모든 청와대 관계자 즉각 조사해서 당장 유출자를 찾아내라”고 촉구했다.

한편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당일 오후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맞지만 박 전 시장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역시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지난 9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박 전 시장에게 통보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전 시장의 사망 당일을 전후로 한 행적을 보면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한 것은 지난 8일 오후에서 9일 오전 사이로 추정된다.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고 10시40분에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어 오전 10시44분 서울 가회동 공관을 홀로 나섰다.


청와대와 경찰, 서울시는 여전히 박 전 시장이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경로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경찰 내부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고소인 역시 박 전 시장을 고소하면서 무엇보다 보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 측 대리인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고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 알린 적이 없고 오히려 신속하게 조사를 받기 위해 담당 수사팀에게 절대 보안을 요청드렸다”며 “하지만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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