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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땐 무공천' 與당헌 덫···김부겸 "고치려면 용서 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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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년 4·7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놓고서다. 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임기 도중 공석이 되면서 내년 재보선은 최소 유권자 약 1130만명(지난 4·15 총선 기준)의 ‘메가 이벤트’가 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총선 직후 여성 공무원을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전직 여성 비서가 그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다음날(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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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1일 서울시가 2032년 35회 하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선정된 후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이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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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당의 당헌 96조다. 2015년 4·29 재보선 패배 후 꾸린 당 혁신위(위원장 김상곤)에서 마련했다. 당시 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 안에서 두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건 그래서다.

이미 오 전 시장이 혐의 대부분을 시인한 부산의 경우 ‘무공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13일 부산시의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안 내고 다음 선거 때 제대로 해보는 게 맞다”며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고, 다음 선거 때 후보를 내 시민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친여(親與) 성향 무소속 후보 지원론’에 대해 전 의원은 “그건 꼼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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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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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도 만만찮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오거돈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 잘못했으면 잘못한 대로, 잘했으면 잘한 대로, 선거로 심판받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4선 의원은 “당내 여론을 봐야겠지만, 정당이 선거를 전제로 존재하는 건데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해당 당헌 조항은 강제규정이라기보다는 훈시규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는 해당 당헌 조항을 적용하기가 다소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사망으로 궐위된 것이기 때문에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조항이 만들어졌을 때는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직을 상실한 경우를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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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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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당 안에서는 당헌 개정을 통해 다소 모호한 문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당내 전략통인 한 의원은 “‘중대한 잘못’을 일일이 열거하고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라는 것이 잘못이 다소 중대해 보여도 때로는 결정해서 가야 할 때도 있고, 중대해 보이지 않아도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장 선거의 공천권을 쥔 건 차기 당 지도부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14일 무공천 당헌 조항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시기가 되면 저도 할 말을 하겠다”라고만 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울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다음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 당의 귀책 사유가 있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은 존중돼야 하지만, 수정해야 한다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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