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해석 논란… 당권 주자들부터 ‘군불’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싸이며 두 곳의 광역자치단체장직이 궐위되면서 내년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낼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 당헌엔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으나, 성추문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과 함께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 전 시장과 고 박 전 시장의 경우) 무공천 사유인 부정부패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성추문으로 사퇴한 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뒤를 이어 현 양승조 지사를 공천한 바 있는데 이런 전례가 있다는 점도 힘을 싣는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경우 재판을 통한 사실 여부 규명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 오 전 시장 역시 재판이 아직 진행되지 않아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두 지역에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김부겸 전 의원이 14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울산=뉴스1 |
특히 수도 서울과 제2 도시인 부산의 시장 선거는 그 중요도가 대선 못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데, 집권 여당이 이 두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순 없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헌·당규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돼버렸다”며 “당헌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원 동지들의 판단을 우선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도 “당헌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설명하지 않고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고인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으니, 좀 이른 질문 같다”고 답을 회피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당내에서 각종 스캔들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선 “부끄럽다”며 “총선 결과에 대해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돌이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지난 13일 고향인 경남 창녕군에 있는 선친의 묘소로 이동하고 있다. 창녕=뉴시스 |
당권 주자이자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연일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이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책임 정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것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 결과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여론 부담에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는 문제를 조속히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오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심을 앞두고 있고, 김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민주당이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미래통합당 박수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 당헌에 들어 있는 조항을 그대로 공직선거법에 넣자고 하면 설마 반대는 안 하지 않겠느냐”며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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