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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안희정·오거돈까지...끊이지 않는 공무원 성비위,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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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특례법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박 시장 고소

피해자의 74.5%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 응답

전문가 "공직사회 내 위계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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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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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비서로 일했던 직원을 4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공무원 내부의 성비위 사건이 매년 늘고 있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남성 중심 조직 구조와 수직적 상하관계 문화가 고착화돼 이를 개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의 성범죄 사건이 지속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직사회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성비위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고소인 측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비서 A 씨를 상담하게 된 계기와 고소과정 등을 발표했다.


피해호소인 측은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희롱이 4년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A 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비서직 수행 경위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돼 서울시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연락을 받고 면접을 봐 4년여간 비서로 근무했다"며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며 "피해자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며 피해자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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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해 9월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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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권력을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안 전 지사의 경우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오 전 부산시장은 비서에 대한 강제추행으로 지난 4월23일 사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 중 성비위 징계자가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공무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6년 57명, 2017년 79명, 2018년 8월까지 46명이 징계를 받아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성비위는 17건으로 전체 징계의 9.3%에 달했다. 특히 성비위 징계의 경우 2016년 3명에서 2017년 5명에 이어 2018년 8월까지 9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경우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8년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 차원에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공공기관 종사자 23만2000명 중 6.8%가 '최근 3년간 성희롱, 성폭력의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피해자의 67.3%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밝혔다.


같은 해 여가부가 기초지자체 공무원 26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서는 10명 중 1명(11.1%)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후 대처는 '그냥 참고 넘어감'이 74.5%에 달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분위기를 깨거나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공무원 사회가 수직적 상하관계이다 보니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사례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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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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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난 후 관련 기관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더 키운다는 점이다. 앞서 피해자 A 씨가 박 시장을 고소하기 전 직장 내에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해당 기관에서는 "시장님이 그럴 리 없다",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 업무는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는 답변만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고발한 김지은 씨도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반복되는 공무원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박원순 시장 사건뿐 아니라 공무원 내부에서 성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이 없다"며 "이런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성범죄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대책이 마련돼야 피해자들도 피해 사실을 밝히기 수월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굉장히 폐쇄적이고 수직적이다 보니, 성범죄에 대한 성인지감수성도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라면서 "이 기회로 바로잡지 않으면 여성 공무원들, 여성 시민들의 신뢰를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내부에서도 성인지 감수성 결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주무관 B(27) 씨는 "술 따르기, 사생활 질문은 기본이고 노래방에서 은근슬쩍 신체접촉을 하는 등 이런 일은 공무원 사회에 비일비재하다"며 "위계질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가해자들은 이게 잘못된 것인지 인지를 못 한다는 점"이라며 "공직자 사회 내부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성폭력, 성매매 등 4대 폭력 교육지침이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땜질식 처방으로는 공무원 내 성범죄를 근절 못 시킨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직자 성폭력 예방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전문가는 공직 사회 내 위계 성폭력 발생 시 보여주기식 대처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변호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2차 가해가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데 실제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이런 위계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일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있어왔다. 피해호소인의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시점에서 당장 답을 내려고 하는데 과정과 절차가 더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대처가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라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 기관에서 예산 등을 투입, TF팀을 결성해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조직장(조직 최상단부)이 가해자가 됐을 경우 이를 감찰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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