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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박원순 성추행 의혹 수사…"공소권 없다" vs "진상규명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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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사망시 수사에 한계"…"수사 불가능하지 않다" 의견도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 또는 국회 차원 조사 등 대안 거론

연합뉴스

발언하는 박원순 고소인의 변호인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7.13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박형빈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사망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으나 사건 고소인 측과 여성·시민단체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의 가부와 타당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피의자 사망 시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리하고 종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검찰 수사 중 숨진 정치인들도 모두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법적인 마무리가 됐다. 2009년 5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 2015년 4월 해외자원개발 비리 혐의를 받던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2018년 7월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과 관련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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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고 공개한 비밀대화방 초대문자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7.13 jieunlee@yna.co.kr



◇ 수사 촉구 목소리 높지만 "피의자 사망시 수사 한계…또 다른 논란"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13일 끝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절규가 묻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의혹을 수사해 사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지난 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박 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윤진용 부장검사)가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

전직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A씨가 박 시장에게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지속해서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를 이어갈 동력이 없다고 본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전제로 처벌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라 당사자가 사망하면 당연히 수사는 종결된다는 것이다.

피해자 진술과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고 피고소인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에 휩쓸려 수사에 나선다는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수사기관이 혐의 입증을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과 한정된 자료만으로 수사하기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수사기관은 사실관계를 밝혀 진상규명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당사자가 처벌되는지를 살펴서 수사하는 곳"이라며 "공소권 없음 사안을 수사한다는 건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공소권 없음이라는 원칙을 정한 건 당사자가 사망해 처벌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수사권을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다른 사건에 수사를 집중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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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 향하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골함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2020.7.13 hwayoung7@yna.co.kr



◇ "수사로 실체 규명할 수도…국민적 의혹 밝혀야"

하지만, 피의자를 수사해 재판에 넘길 수는 없더라도 수사를 통해 실체를 규명할 수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면서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고, 피해자가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진상을 밝히는 것도 수사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건을 다수 맡은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가 연관돼 있을 때나 국민적인 의혹이 있을 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혹을 밝힐 수 있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이 없는 과거 사건도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지원을 다수 담당해온 이은의 변호사는 "수사는 할 수 있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사의 실효성이나 수사의 내용을 공표할 수 있는지 등은 의문"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A씨의 박 시장에 대한 고소 사건이 아닌 제3자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나 별도의 민사소송 재판을 통해 의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은 지난 10일 서정협 행정1부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와 다른 시각에서 수사가 아니라 행정적,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직원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는 방식, 국회 차원에서의 진상 조사 등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역할도 주목된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달 초 인권위에 박 시장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한 상태인데, 박 시장이 사망했어도 인권침해 예방 및 구제 절차 등의 조사는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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