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신파 의원도, 여성보좌진 모임도 "박원순 사건 대책 필요"

김해영 최고위원, 민주당 지도부로는 첫 자성 목소리
국회 여성보좌진 '국회페미'도 민주당 대응 비판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뉴스1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시장 추모에 집중하자던 민주당 지도부 첫 자성 목소리였다.

민주당 '소신파'로 꼽히는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시장의 죽음에 다시 한 번 애도를 표한다. 그가 시민운동가로서, 행정가로서 헌신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피해 호소인에 대한 비난이나 2차 가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향후 당 소속 고위공직자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깊은 성찰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반성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며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12일 국회의사당 앞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국회 여성보좌진으로 구성된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도 이날 성명서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이 제작한 박 시장 추모 현수막이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된 정황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동참을 강요하고, 성폭력 피소 사실도 부정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민주당의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국회페미는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전례 없는 서울특별시장(葬)과 시민분향소 운영을 추진하고, 공식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며, 권력자는 모든 것의 예외가 될 수 있다고 과시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잘못된 대응으로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하여 권위주의와 차별로 피해를 겪은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깊은 절망과 배반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