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간 분열 심해 논란 되풀이
시간이 지난 후 객관적 평가를"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됐다.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영결식장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족과 시민사회 대표 등 100여명의 인원만 참석했다. 사진=김범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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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백선엽 장군의 사망 소식에 추모 열기와 함께 고인의 생전 과오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인이나 유명인의 사망을 '사후 평가'라는 미명 하에 정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논리가 끼어들면서 오히려 고인에 대한 객관적 평가까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박 시장의 영결식이 거행됐지만,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반된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 운동의 대부이자 인권변호사, 첫 3선 서울시장 재임 등 박 시장의 공로와는 별도로,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마지막이 명예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서는 안 된다는 국민청원은 56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야권과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박 시장에 대해 '성추행 의혹에 대한 해명이 없었다. 무책임했다'는 비판 의견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별세한 백 장군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6·25 전쟁영웅'인 백 장군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현충원 안장과 육군장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이 공론화 한 '친일파 파묘' 추진 움직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백선엽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의전이 제공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인의 사후에도 과오를 평가하는 논의는 일어날 수 있으나, 정파성 있는 시각이 끼어들면서 고인에 대한 명예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정치인의 죽음에 이같은 논란은 있었으나, 정쟁이 극대화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 사안을 쟁점화 해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나친 논쟁으로 '사적 영역'인 애도 자체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망자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나, 최근 언로가 늘어나며 목소리가 커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세력 간 분열'이 심해져 이같은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고인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있더라도 공적을 일정하게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최소한의 '가치'마저 분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세력 대결이 돼 버려 서로 '가치를 공유할 수 없다'는 분열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 교수는 "(고인의 평가에는) 합리적인 논쟁이 필요하며, 해석에 따라 평가는 다르기 때문에 너그러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지난 후 고인에 대해 평가하는 편이 보다 건강한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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