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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은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 발표 회견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저희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연구소 소장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장례 기간에는 저희가 최대한 기다리고, 발인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 이렇게 기자분들을 뵙게 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피해자가 고소를 굉장이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피고소인이 그런 선택을 가데 되리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해)를 중단할 것과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는 걸 말씀드려야 할 시점이 필요했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밝혔습니다.
김 부소장은 "(박 시장이 숨진 뒤) 지난 며칠간의 시간은 피해자의 신상을 색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며 "피해자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2차 피해 상황 또한 엄중한 피해자의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고소인 측 기자회견 직전에 "오늘 박 시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중"이라며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박 시장의 영결식은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이후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그의 시신은 이날 저녁쯤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져 매장됩니다.
▶ 다음은 이날 대독한 고소인 A 씨의 글 전문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신정은 기자(sil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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