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A씨와 지원단체들은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이) 고위 공작자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임이 분명함을 인지하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을 통해 전달한 '피해자의 글'에서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며 당초 고소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이 없고 약한 저를 지키기 위해 공정·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박 시장)에게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고,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업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놨다"며 "너무 실망스럽고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은 4년동안 지속됐다. 피해자는 오랜 고민끝에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고 사건의 발단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접한 피해사실은 비서가 시장에게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 뿐 아니라 퇴근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접촉을 하고 사진 전송을 하는 전형적인 권력·위계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인구 천만 대도시인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속에서 어떤 거부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돼 공소권이 없어 형사고소를 진행못한다"며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는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박 시장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며 "만약 죽음이라는 선택이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떤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사과와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미안하단 말을 남김으로써 피해자는 이미 사과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것 아니냐는 일방적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가해졌다"고 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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