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절차 13일 마무리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 56만…정치권, 피해자 2차가해 논란
안철수·류호정·장혜영 "조문 않겠다"
여성계 "정치권 낮은 성인지감수성 규탄"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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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장례 절차가 오늘(13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박 시장 조문 거부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박 시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피해 여성이 있는 만큼 조문을 거부하거나 박 시장을 비판해도 문제없다는 의견과 그의 업적을 이유로 박 시장을 비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그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르는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청원은 13일 오후 56만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시민들은 박 시장 장례가 지속할수록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인사들의 공개 조문 및 추모에 대해서도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 운구차는 이날 발인을 마친 뒤 오전 7시 20분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으로 출발했다. 영결식은 오전 8시 30분부터 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보도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실종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비서 A 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A 씨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이날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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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조문, 위로 등 정치권의 공식적인 행보가 "피해자를 보호보다 피의자 감싸기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 등이 2차 가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2차 가해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 대응을 묻는 기자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며 호통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피해자에 대한 예의는 어디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정치권·시민단체 등에서는 박 시장 업적을 고려해 그의 죽음에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참 맑은 분",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족적을 영원히 기억하겠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때론 조금 비루하더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 조문을 둘러싼 갈등이 대립하는 가운데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라고 규탄했다. 해당 청원은 13일 기준 5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권 인사들은 앞서 지난 6일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공식적으로 조문하면서 같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조화 등 위로를 표시한 것은 부적절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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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조문 거부를 둘러싼 갈등은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의 빈소를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피해 호소인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며 "전례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1일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과 처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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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정치권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규탄하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재발 방지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의당은 지난 10일 '애도가 폭력이 될 때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애도의 정치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제21대 국회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피해자를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냈다.
여연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낸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전은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 이후 또 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고 했다.
한편 박 시장 고소인 측은 1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A 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 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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