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 혐의 간접 증거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 갈릴 듯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15일 오전 10시 항소심 선고공판
1심 선고 앞두고 모습 드러낸 고유정 |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적용돼 추가기소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네살박이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봤다.
고유정 선고 공판 예정된 제주지법 법정 |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여러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 20일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한다.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배척했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전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을,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고유정 역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래픽]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주변 사건 관계도 |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당시 검찰은 "부검결과를 토대로 누군가 고의로 피해아동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다면 범인은 집 안에 있는 친부와 피고인 중에서 살해동기를 가지고 사망추정 시간 깨어있었으며 사망한 피해자를 보고도 보호활동을 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의 살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3개월 이내에 연속적으로 2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며 "아들 앞에서 아빠(전남편)를, 아빠(현남편)앞에서 아들을 살해하는 천륜에 반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했다.
머리채 잡힌 고유정 |
이에 대해 고유정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현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였는지, 살해동기는 충분한지, 제3자의 살해 가능성은 없는지 등 간접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고유정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저는 ○○이(의붓아들)를 죽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2명 중 한명이 범인이라면 상대방(현남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유정은 전남편에 대한 계획적 살인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살해된 전남편과 유족 등에게 "사죄드린다. 죄의 대가를 전부 치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의붓아들 살해혐의를 항소심에서 반드시 적용해 고유정이 법정 최고형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목격자나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항소심 재판부가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e reo)'라는 라틴어 격언에 근간을 둔 판결을 다시 내리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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