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장(葬) 논란 속 13일 빗물과 눈물 속 발인
장례위원장 백낙청 교수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
유족 대표 딸 박다인 씨 “시민에게서 아버지 뵈었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0. 7. 13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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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모두 안녕.’
성추행 혐의 피소와 극단적 선택, 서울특별시장(葬) 논란을 뒤로 하고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이 13일 세상과 이별했다. 이 날 오전7시30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운구차량이 7시50분께 서울광장 부근에 도착해 영정사진과 위패가 내리자 빗 속에서도 망자의 마지막 길에 인사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리 가시면 안 된다”는 통곡이 나오기도 했다. 청사 정문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애도를 표시하며 붙인 포스트잇 수백장이 붙었다.
영결식은 오전8시30분부터 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유족과 장례위원회 위원장단,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를 포함해 100명 가량만 참석한 가운데 고민정 의원의 사회로 열렸다. 국기에 대한 경례, 묵념, 고인의 생전 활동 영상, 서울시향 현악 5중주의 추모 연주, 공동장례위원장 3인의 조사, 헌화, 유족을 대표해 딸 박다인씨의 인사까지 식순이 진행되는 동안 영결식장에선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사회자도 목이 매이는 순간이 있었다. 식은 예정했던 시간을 28분 넘겨 9시38분에야 끝났다.
공동장례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시민 홍남숙씨 등 4인이 각자의 조사(弔詞)를 읽었다. 백 교수는 “사는 동안 뜻밖의 일을 많이 겪었지만 내가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게 예법에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고인의 죽음이 낳은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다. 박원순이란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 공인으로서의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다”고 했다. 백 교수는 “애도에 수반되는 성찰과 자기비판이 당신이 사는 동안에 일어났고, 당신이 빛나게 기여한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와 진전, 선진국에서도 건강한 시민 운동이 쇠퇴하는 판국에 우리 사회에 활력을 망각하게 만든다면 이는 당신을 애도하는 바른 길이 아니다. 당신도 섭섭해 하실 일이다. 그리운 원순 씨 박원순 시장, 우리의 애도를 받으며 평안히 떠나시라”며 조사를 마쳤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박 시장의 딸인 박다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2020. 7. 13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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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장례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 그와 함께 부동산대책을 얘기했던 게 바로 하루 전날이었다”고 황망해하며, “당신이 그동안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서울 시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고 했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은 “박 시장이 2011년 10월 27일부터 3180일간 올 곧게 지켜온 길은 서울시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표준이 됐다. 이제 서울은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곳, 배워가는 곳이다. 7만5000명의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 투자출연기관 직원 등은 ‘함께 가는 길은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서 대행은 “돌이켜보면 최장수 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며 외롭고 힘든 때가 많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신입 직원까지 모두 격려하고 밝게 반겨줘서 그 어려움 헤아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위로도 못한 채 고인의 손을 놓아주려하니 먹먹하다”며 울음을 누르고, “서울시는 모두의 안녕을 위해 앞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지키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라는 시장의 요청사항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참여연대의 오랜 후원자인 홍남숙씨의 시민 조사와 참석인사들의 헌화 뒤 이어진 유족 대표 인사에서 박다인 씨는 “제가 모르던 아버지, 그 삶을 알게됐다. 정말 특별한 조문 행렬이었다. 화려한 양복 뿐 아니라, 작업복을 입은 끝 없는 조문에 아버지가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 같다. ‘오세요. 시민여러분. 나에게는 시민이 최고의 시장입니다.’ 아버지가 정말로 기뻐하시는 걸 느꼈다. 시민 한분 한분 뵐 때마다 아버지를 뵈었다”면서 “아버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다.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의 꿈,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서울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다시 시민이 시장이다”고 화답했다.
영결식을 마치고 장례차량은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은 유언에 따라 화장 뒤 선영이 있는 경남 창녕에 묻힐 예정이다.
jshan@heraldcorp.com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박 시장의 지지자들이 운구차량이 떠난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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