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3일로 정했다. 서울시는 당초 이날 오후부터 시민 조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동선 분리 등의 문제로 분향소 설치 작업이 길어지면서 11일 오전 11시부터 일반 조문을 받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 장(葬)'을 위해 서울 광장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김현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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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서울특별시장 …"서정협 권한대행 결정"
서울특별시장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정부 의전편람에서도 기관장(葬)을 치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가족이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나 전·현직 장관 이상의 기관장이면 가능한 것으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등이 결정하고 유족이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과 9년을 함께 해온 서울시 실·국장단이 대책회의를 하면서 예우를 해드리기 위해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르자는 데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김종범 행정안전부 의정 담당관은 "과거 기관명을 딴 장례는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사망 당시 시장(市葬)으로 치른 적이 있다"며 "전·현직 장관급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기관장을 뜻하는 것이므로 서울시의 자치예규ㆍ법규에 따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은 2004년 2월 뇌물수수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숨졌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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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 옳은가" 목소리도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진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 형식의 5일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한 반대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이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고 썼다. 이 청원은 오후 9시 기준 24만6000여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온라인상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박원순시장의서울시5일장을반대합니다’란 해시태그를 올린 글이 퍼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서울시청사 앞에는 "5일장을 반대한다. 아무리 고인이라도 성추행 미투를 조사해야 한다"는 팻말을 든 1인 시위자가 등장했다. 옆에선 분향소 설치를 위해 인부들이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조문을 위해 찾아온 시민 수십명이 시위자를 둘러싸고 1인 시위에 반대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보수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도 이날 성명서를 냈다. 한변은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이 자살을 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 자체는 시장 개인을 떠나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불행"이라면서도 "본질은 엄중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범죄 피의사건으로 피해 여성 일터인 서울시청 관계자들이 위 혐의에 대해 공모하거나 방조한 바가 없는지 수사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건 진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끝까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민의 여론은 엇갈린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박모씨(32)는 “박 시장의 유·무죄가 명확히 밝혀진 것도 아닌데 고소된 사실만으로 고인을 비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구에 사는 최모씨(29)는 “성추행 사건이 사실이라면 고인이 죽음을 선택한 건 본인이 저지른 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회피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 장(葬)'을 위해 서울 광장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김현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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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에 "근거 없는 내용 유포 삼가달라"
서울시가 장례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유족 대리인을 맡은 문미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기자들에게 호소문을 문자로 발송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과 서울시 직원,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은 고인에 대한 장례를 치르고 마무리할 때”라고 했다. 문 전 부시장은 이어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앞서 박 시장의 유서 발표 현장을 찾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금 악의적인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어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유족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유족들을 대신해 간곡히 부탁드린다. 부디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이는 박 시장의 실종 및 성추문 의혹과 관련된 출처 불명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됐기 때문이다. 박 시장 실종이 처음 알려진 지난 9일 오후 6시께부터 시신 발견 여부와 장소를 특정한 지라시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10일 오전에는 박 시장 성추행 고소 내용을 담은 글이 돌았지만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김현예·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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