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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시민들은 급작스런 비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실망을 나타냈다.
10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역사 내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박 시장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간간히 탄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시민은 박 시장을 큰소리로 비난했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이 실종 전 작성한 유언장이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혔다.
일부 시민은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씨는 “(박 시장은)많은 업적을 쌓았고, 앞으로도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사망해 아쉽다”고 전했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처벌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아직 성추행 혐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의 의혹이 큰 상태에서 자살을 택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행위”라며 그동안 지지해온 박 시장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잘못이 있다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벌을 받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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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박 사장의 극단적 선택은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작정 (성추행)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만난 20대 대학생 역시 “박 시장은 유언장에서조차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성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날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처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진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오후 6시 기준 16만명에 달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경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여 만이다. 박 시장의 딸은 전날 오후 5시17분 “4~5시간 전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실종되기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비서 성추행 사실로 피소됐다.
heera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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