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이슈 지역정치와 지방자치

`朴시장 쇼크`에 얼어붙은 與…민심 역풍불까 촉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박원순 시장 사망 ◆

매일경제

고한석 비서실장 등 서울시 관계자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고인의 자필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직 서울시청 직원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3선)이 사망한 것으로 10일 알려지며 여권에 최대 위기감이 엄습했다. 인권·시민운동 거성인 박 시장이 이 같은 의혹 한가운데에 놓인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좌파의 이중성' 문제 등 진보진영 내 도덕성 파문이 크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에서 176석을 확보하며 축포를 쐈지만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똘똘한 집 한 채(반포)' 논란에 이어 박 시장의 급작스러운 죽음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제외한 나머지 일정을 전격 취소하며 정치 일정을 최소화했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부동산 대책 관련 당정 협의는 전날 취소됐다. 이해찬 당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세종·대전·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도 순연했다. 8·29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이날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의원 캠프 측은 "오늘 예정된 언론사 인터뷰를 모두 잠정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 전 의원 역시 공식 일정을 자제하기로 했다. 김 전 의원 측은 "박 시장 장례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 당대표 선거에 관한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는 당초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하려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14일로 하루 미뤘다. 박 시장의 장례가 13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한 예우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날 여권은 애도에 집중했고 박 시장 성추행 의혹 규명 요구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가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8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A씨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특히 박원순계 인사들은 이 같은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 시장 측근이었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지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근거 없고 악의적이며 출처가 불명확한 글이 퍼지고 있다. 고인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해찬 대표는 '고인의 비서 성추행 의혹에 당 차원에서 대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시장 의혹은 앞서 벌어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 전 부산시장 등 여권 지역자치단체장의 미투(MeToo) 논란과는 결이 다르다. 시민·인권운동 선두에 서며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했던 박 시장이었던 만큼, 민심의 배반감은 거셀 전망이다.

176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동력 삼아 문재인 정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끌고 가려 했던 민주당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 재·보궐선거는 물론 대권 구도도 흔들릴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비리 의혹이 아니라 성추문은 최악이다.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도 이날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일부 의원은 그럼에도 성추문 의혹에는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박 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에게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비록 정당이 다르고 정책적 견해가 달라 소송까지 간 적도 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심정을 남겼다. 원외 인사들 역시 아픔을 전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무소속)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시장 비보에 대해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뭐 할려고 아웅다웅 살았냐"며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인사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성추문 관련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면서도 "개인의 비극을 넘어 나라의 민낯이 부끄럽다.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왜 그런 부분(성추문) 관리가 스스로 안 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사실로 밝혀지면 진단과 반성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통합당은 별도로 공식 의견은 내지 않은 채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당은 전날 주 원내대표 문자메시지에 이어 이날 김선동 사무총장 명의로 "엄중한 시국에 부적절한 언행을 유의해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통합당은 피해자 신상 털기 등 2차 가해를 우려해 공식 조문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주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주말 사이 상황을 보고 조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윤지원 기자 / 박제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