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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여성인권 지킴이` 자처 朴시장…성추행 의혹에 중압감 못이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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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 사망 ◆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박 시장은 과거 한국의 '1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이라 불리는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에서 공동 변론을 맡을 정도로 관련 문제에 발 벗고 나섰던 만큼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박 시장은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 변론에 나선 국내 1호 미투 변호사로 꼽혔다. 이 사건은 1993년 9월 서울대 중앙도서관 통로에 성희롱 피해자인 서울대 화학과 조교가 전지 6매 분량의 실명 대자보를 걸면서 시작된 미투 폭로였다.

박 시장이 공동 변론을 맡아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가해자인 담당 교수는 피해자인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아들었다. 이 사건은 현재 미투 운동의 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여성 인권을 중시했던 박 시장이기에 그에게 접수된 성추행 관련 고소장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 근무 경력이 있는 박 시장 전직 비서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박 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그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박 시장에게 성추행당했고, 박 시장이 신체 접촉과 더불어 텔레그램 메신저 등으로 음란한 문자 등을 보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2016년 이후 집무실에서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집무실 내부에서 신체를 만지거나 집무실 내부 침실에 들어오기를 요구하고 손을 잡거나 안아 달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소장 접수 당시 경찰 조사에서 박 시장이 퇴근 후에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본인의 속옷 차림 등 음란한 사진과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냈으며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시지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화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청 다른 직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이로 인해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해당 사건 수사는 '공소권 없음' 처리 후 종결될 전망이다.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성추행이 있었는지 등 실체적 진실을 수사로서는 밝히기 어려워진 셈이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의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사망 전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동선 등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현장감식을 통해 확인된 현장 상황과 검시 결과, 유족·시청 관계자 진술, 박 시장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부검 없이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다.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경찰이 박 시장에게 성추행 고소건을 알릴 때 신변보호 절차를 함께 진행했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경찰이 박 시장의 성추행 고소건을 알리면서 신변확보를 먼저 했어야 했다"며 "박 시장 같은 분이 고소된 사실을 안 시점부터는 경험칙상 자살의 고위험군이기에 경찰이 신변확보를 했다면 자살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역할)이 자살 사건에는 제일 중요한데 성추행 고소건만 알렸지 자살 위험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는 성추행 의혹 사건의 책임이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에게도 있다며 이날 고발장을 접수했다. 서 부시장과 김우영 정무부시장, 문미란 전 정무부시장 및 비서실 소속 직원 3명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강 변호사는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 이런 강제추행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보위에 혈안이 된 비서실 직원들과 부시장 그룹의 철저한 지원과 방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호 기자 / 박윤균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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