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박 시장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직원에 위로 메시지
일부 여권지지자 "고인에 대한 예의아냐...모욕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인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이 지난 3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게임 업체 펄어비스의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IT 청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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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비보와 관련해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가운데, 여권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적절한 태도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모욕이다"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며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돼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영화 '굿 윌 헌팅' 대사인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도 언급했다. 류 의원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됐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박 시장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류 의원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지지자는 "당신의 소신을 알고 싶지 않다. (조문을) 안 갈 것이면 그냥 조용히 있으라. 당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유족에게 상처가 될지 생각이나 해봤냐"라면서 "피해자가 상처 입은 것은 맞지만 조문은 유족을 위로하는 자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파렴치한 사람일지라도 유족까지 가족을 잃은 아픔을 위로받는 자리에서마저 그 피해를 받을 이유는 없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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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지지자는 "국회의원 성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적절한 태도가 느껴져서 불편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문을 하든 안 하든 관심 없다. 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조의에 관한 글이 아닌 당의 지론이나 당신의 생각은 잠시 접어뒀어야 했다", "혹시 소시오패스 아니냐. 굳이 이런 글을 쓴 이유가 뭐냐", "아직 명확하게 결론 난 것도 없는데 너무하다", "정의당 수준 알만하다" 등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류 의원의 발언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의원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소신 발언 지지한다"며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성범죄자라고 낙인찍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추모와 애도(명백히 가해자의 입장에 기울어진, 매우 의도적인 행동)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한산 인근에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편 박 시장은 실종 신고된 지 7시간만인 10일 오전 0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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