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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I SEOUL U 배낭 멘 박원순, 내내 고개 숙인 채 마지막 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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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신고ㆍ휴대폰 추적ㆍCCTV로 드러난 마지막 행적
일정취소→공관 출발→와룡공원→북악산 자락

한국일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모습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관사 인근 주택 4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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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공관을 나선 뒤 10일 자정 성북구 삼청각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그의 생전 마지막 동선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시장 재임시 만든 서울시 슬로건이 박힌 배낭을 멘 채로 공관에서 나온 박 시장은 곧장 와룡공원으로 향해 걸어서 북악산 자락에 올랐다.

오전 10시 44분, 공관 나와 와룡공원으로
10일 경찰, 소방당국,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 오전 시청에 예정 일정을 모두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오전 10시40분 기자단에게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당초 박 시장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오찬을 한 뒤 오후 4시 40분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일정을 취소한 박 시장은 9일 오전 10시44분 종로구 가회동 공관에서 나왔다. 공관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긴 박 시장의 모습은 짙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은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낀 채 청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울시 브랜드인 '아이서울유(IㆍSEOULㆍU)' 로고가 적힌 배낭을 멨다. 재동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걷는 박 시장의 시선은 내내 거리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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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모습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관사 인근 주택 4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다. 시선을 줄곧 바닥에 두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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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 시장이 택시를 이용해 성곽길 인근의 와룡공원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와룡공원은 공관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박 시장의 모습은 오전 10시53분 와룡공원 배드민턴장 인근 CCTV에 다시 한번 포착됐다. 박 시장의 생전 모습이 CCTV로 확인된 것은 이 지점이 마지막이다.

오후 3시 49분, 성북구 인근서 휴대폰 신호 멈춰
박 시장 딸은 오후 5시 17분쯤 112에 "아버지가 4, 5시간 전 이상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휴대폰이 꺼져있다"고 신고했다. 신고 내용을 토대로 보면 박 시장은 낮 12시에서 오후 1시쯤 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채 산 속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휴대폰 신호는 오후 3시49분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후 꺼졌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CCTV에 잡힌 와룡공원에서 핀란드대사관저 인근은 도보로 30분 가량이고, 핀란드대사관저에서 박 시장 시신 발견 현장까지의 거리 역시 걸어서 30분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공관에서 와룡공원까지는 택시를 타고 움직였고, 이후 (시신이 발견된) 북악산 인근까지는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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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실종사망일 동선.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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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0시 1분, 숨진 채 발견
경찰과 소방당국은 박 시장 딸의 신고를 받은 지 13분 뒤인 9일 오후 5시30분부터 와룡공원, 핀란드 대사관저 인근, 국민대 인근 등 북악산 일대를 수색했다. 해가 저물고 오후 9시 30분쯤 1차 수색을 마칠 때까지 박 시장을 찾지 못했지만, 1시간 뒤인 오후 10시30분부터 2차 수색을 재개해 10일 오전 0시1분 시신을 찾았다. 종로구 숙정문과 성북구 삼청각 사이 북악산 자락에서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가방, 휴대전화, 물통, 명함, 약간의 돈, 필기도구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소방 인명구조견이 먼저 이들 물건과 박 시장의 시신을 찾았고, 뒤따라 가던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원들이 최종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에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경찰청은 "현장감식을 통해 확인된 현장상황, 검시결과, 유족 및 시청 관계자 진술, 유서 내용 등 종합하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뜻을 존중해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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