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신 비춘 빛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겨레>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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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이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애통해했다.
이 지사는 박 시장이 숨지기 사흘 전인 지난 7일 박 시장 쪽으로부터 ‘한번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 지연으로 이 지사의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위로와 함께 자신이 직접 (경기도로) 올 수도 있다는 제안이었다.
이 지사 쪽은 하지만 인권변호사 등 모든 면에서 선배인 박 시장이 경기도로 오기보다는 자신이 서울 쪽으로 가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이 지사 쪽은 9일 오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울시청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박 시장이 출근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날 밤 박 시장의 비보를 접했다.
여권 내 유력한 대선 후보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이 지사는 이런 박 시장에 대해 “박원순, 나의 형님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라는 애도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취임 2돌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의 정책 방향을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자주 비교되는 것에 대해 “제가 그분 정책을 베껴 따라 하는 것도 많은데 억울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런 이 지사의 발언을 놓고 박원순 시장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기사를 내자 박 시장은 지난 6일 3선 2돌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제 아우다. (언론에서) 자꾸 갈등을 유발하려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이 지사가 서울시의 좋은 정책을 가져온다고 말 한 데 대해 “서울시 것 다 보고 가져가서 더 잘하면 청출어람 아니냐. 서울시 정책은 오늘 발표하면 내일 벌써 전국에서 연락이 온다. 서울시 정책은 베껴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베껴간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박 시장께서는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가로, 자치단체장으로 늘 선배였다. 당신은 늘 저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오셨습니다. 당신이 비춘 그 빛을 따라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제 아우라고) 언론에 하신 이 말씀이 제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그래서 황망한 작별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숙제만 잔뜩 두고 떠난 당신이 너무도 원망스럽습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웁니다. 너무 많은 말이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고 애도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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