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께 죄송” 유서 남기고 숨져 / 사망 전 비서 성추행 고발당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얼마 전에도 만났는데 지금도 너무 멍하다”라고 황망해 했다.
유 전 총장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한순간에 벌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우울증이 있었지만, 박 시장 같은 경우에는 도저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 전 총장은 며칠 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빈소에서 박 시장을 만나 나눈 마지막 대화 내용도 밝혔다. 그는 “박 시장을 만나 제가 ‘시장이 무슨 앵커까지 보느냐’고 물었더니 박 시장이 ‘사회 보는 게 출연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이 방송 일일 진행자로 나선 바 있다.
유 전 총장은 박 시장과 업무 관련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그는 “(빈소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있었는데, 제가 (박 시장에게) ‘광복회’가 제 주선으로 한강 사업소 매점 두 개를 운영했었데 올해 계약이 만료된 매점 두 개를 광복회에 더 주려고 한다고 했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이 귀찮아서 사후관리를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좀 잘해달라는 얘기를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총장이 언급한 정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쳤다. 정 전 의원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음식점을 개업하고 시사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9년 7월16일 오후 유서를 남긴 채 집을 나서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 초입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9년 7월1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 연합뉴스 |
박 시장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시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 책상 위에 유언장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유언장에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남겼다. “화장한 후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박 시장은 사망 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에 휘말렸던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8일 고발했다. A씨는 박 시장이 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난 2017년 이후 지속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며 신체 접촉뿐 아니라 휴대전화 메신저로 개인적인 사진을 수차례 보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사건이 박 시장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서울시 제공 |
박 시장은 사망 당일 몸이 좋지 않다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은 뒤 연락을 끊었다. 박 시장의 딸이 전날 오후 “아버지가 유언 같은 이상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112에 신고한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이 6시간여 동안 북악산 일대를 수색한 끝에 이날 오전 0시1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박 시장을 발견했다.
박 시장의 시신은 서울대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진다. 서울시장 재직 중 사망한 첫 사례라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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