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다” “그동안 너무 애썼는데” “일 잘하는 사람이어서 좋아했는데” 애도 물결
일부 시민들 “성추행 의혹 보도에 실망…소명하고 죗값 치뤘어야”
10일 오전2시49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박원순 시장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이 오열 하고 있다./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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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신주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 7시간만에 숨진채 발견됐다는 비보를 접한 시민들은 당혹감 속에 고인의 명복을 빌며 추모했다. 다만 전날 서울시장 전직 비서의 성추행 고소 건과 연관지어, 실망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공관 인근에서 만난 주민 채모(74) 씨는 “평소 박원순 시장을 자주 마주쳤다. 일 잘하는 사람이어서 많은 국민들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김모(53) 씨는 “어제 행방이 묘연하다는 뉴스를 듣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사망했다고 하더라. 조선시대 이래 가장 긴 기간 동안 서울시장에 역임하면서 인지도도 큰 사람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도 추모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트위터에는 실시간 해시태그로 ‘#고인의 명복’을 사용한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안타깝고 슬프다. 그동안 너무 애썼다. 하늘나라에서 영면하길”이라는 글을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수많은 권력자와 유명인들이 더 큰 죄를 짓고도 악착같이 잘만 살던데, 허망하다”고 했다.
다만 전날 박 시장 전직 비서의 성추행 고소건과 연관지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81) 씨는 “서울 시민으로서 박 시장이 돌아가신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성추행 의혹 보도를 들었을 때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되는데. 지금 여럿 공직자가 이런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에 특히 화가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38) 씨는 “우리나라 최초 성희롱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하다니 아이러니하다”며 “떳떳하다면 살아남아서 성추행 고발에 소명하고 대응했어야지, 죽음으로 도망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본인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박모(23) 씨는 장문의 SNS 글을 통해 “슬프다기보단 화가 난다.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나. 살아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치러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명예 실추가 두려워서 가족들과 피해자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상처를 남기는 선택을 하나. 피해자는 자신이 살인자가 된 듯한 죄책감을 느끼며 떨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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