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한국 최초 성희롱 변호했는데 ‘미투’라니”… 지지자들 “믿을 수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박원순 서울시장. 서상배 선임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으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숨진채 발견됨에 따라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권변호사로서 ‘한국 최초 성희롱 변호’를 맡고, 대선 캠프 때부터 서울시장을 역임하는 동안 성평등 문화 확산에 힘써왔던 사람이 박 시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 시장이 미투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관련해 소신발언까지 했던 터라 이번 사태에 대한 허탈함은 더 크다는 관측이다.

◆박원순 실종 전날, ‘미투’ 고소당했다는 보도 나와

10일 0시1분무렵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9일 집을 나선 후 연락이 두절된 박 시장은 종적을 감추기 전 전직 여비서에게 성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한 A(여)씨는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을 찾아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SBS는 지난 9일, A씨가 이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체 접촉 외에 박 시장이 휴대전화 메신저(텔레그램)를 통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가 본인 외에 더 많으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A씨는 박 시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찰청장에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이날 시장 공관에는 박 시장이 남긴 유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언론사는 피소와 실종이 연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전날 직접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왕성히 활동했던 박 시장이 돌연 실종되자 그 배경이 미투 폭로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경찰과 서울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소 건은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뉴스1


◆‘최초 성희롱 사건’ 변호 맡은 박원순… 지지자들 “믿고 싶지 않다”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지지자들은 당혹감과 허탈감을 드러냈다. 그가 생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며 줄곧 성평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시절 ‘여성의 전화’ 등 여러 여성단체 고문변호사를 맡았으며, 1993년 대학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학생의 사연을 듣고 무료 변호를 자청해 ‘한국 최초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서울시장 대선 캠프 시절과 서울시정 중에도 성평등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여성폭력 근절 캠페인’, ‘강남역 1주기’ 추모 메시지 릴레이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여러 강연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시장은 2018년8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업무상의 위력’의 객관적인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주관적 상황에 따라서는 (판사가)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지 않나?”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세계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경찰들이 설치됐던 폴리스라인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세계여성의날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기를 낸 여성들의 미투를 지지하고 응원해왔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한 박 시장이 성추문에 휩싸이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3년간 성추행을 해온 건가? 박원순 시장이 그럴 줄 몰랐다” “믿고 싶지 않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호 전 미래통합당 21대총선 후보는 “(박 시장 사망으로 인해 성추행 고소 건을) 부디 ‘공소권 없음’으로 덮지 마시고,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고인에 대한 고소가 존재한다는 보도가 만일 사실이라면 그 고소인에게 괜한 비난이 쏟아지지 않길 바란다”며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경계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