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카메라 두려움 일상에 침투 / 몰카 탐지앱 인기 끄는 등 '몰카 포비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공공화장실에서 종로구청 안심보안관들이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 장비를 검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가 여자화장실에 설치한 불법촬영 카메라가 잇따라 발견돼 9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그러나 해당 카메라는 설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에 침투하면서 몰카 탐지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등 '몰카 포비아'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창녕 한 중학교 2층 여자화장실 재래식 변기에 설치된 불법촬영 카메라가 이 학교 교사에 의해 발견됐다.
이 카메라는 손가락 정도 크기로 변기 안쪽에 붙어 있어 해당 교사가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자칫 더 많은 피해자를 낳을 뻔했다.
지난달 24일 김해 한 고등학교 1층 여자화장실 재래식 변기에서도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 2분 만에 발견됐다.
이 카메라도 창녕에서 발견된 것과 마찬가지로 변기 안쪽에 붙어 있었으나 이곳을 치우던 청소 노동자에 의해 빨리 발견됐다.
이 직원은 화장실을 청소하던 중 변기에서 이물질로 보이는 뭔가가 툭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확인을 거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도 하필 카메라가 그 시점에 떨어졌다는 것에 더해 직원의 꼼꼼하고 신속한 대처가 있어 추가 피해 방지와 피의자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경찰은 현직교사인 40대 A씨와 30대 B씨를 성폭력범죄처벌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성 평등 문화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학교 현장도 불법촬영과 같은 성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윤소영 사무처장은 "카메라가 일찍 발견돼 추가 범행을 막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 속에서 불법촬영 공포에 떠는 여성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며 "여성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작은 카메라가 아닌 거기에 찍힌 내 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 여러 파문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멍 뚫린 곳만 임시방편으로 막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만 한다면 학교 일선의 교사와 학생도 앞으로 계속 불법촬영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일부 구성원의 일탈로만 치부하고 처벌하는 게 맞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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