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급 이상 간부급 비상 대기
직원들 어두운 얼굴로 속보상황 주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한 사무실 모습. 직원들은 퇴근하지 않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과 복도를 오갔다. 최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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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실종 후 숨진 상태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저녁까지는 공식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8일 저녁 민선 5·6기 단체장들과 만찬을 한 뒤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 들어갔다. 9일 오후 4시 40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시장실에서 면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몸이 좋지 않아 출근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서울시 측은 오전 10시 40분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21일에도 건설일자리 혁신방안 기자설명회를 두 시간 앞두고 잠정 연기한 적이 있다. 이 설명회는 다시 일정을 잡아 7일 뒤인 5월 28일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설명회를 취소한 것이었지만 이번처럼 당일에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9시쯤 중앙일보 취재진이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계획을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두 번 모두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박 시장은 최근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부동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박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보물 같은 곳”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일관되게 반대해왔지만, 정부 여당의 해제 압박이 이어지자 8일 오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기도 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이 2~3%대에 머물며 상당기간 정체된 것과 관련해 박 시장 고민이 깊을 거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공식석상에서는 매번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지지율은 자꾸 바뀌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관련 질문에 “대선 얘기를 지금 하면 재미 없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는 갑작스런 박 시장의 실종 소식에 당혹해하며 소재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실이 있는 시청 6층은 평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등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락두절됐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9일 경찰과 119구조대가 성북동 핀란드 대사관저 주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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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김학진 행정2부시장, 김우영 정무부시장, 고한석 비서실장 등 서울시 고위 간부들은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취재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 4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은 비상 대기 상태다. 일부 직원들은 퇴근시간을 넘겼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TV나 스마트폰으로 박 시장 관련 뉴스를 보면서 상황을 주시했다. 시청 직원들은 박 시장이 최근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는 방송 뉴스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시장 공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부터 경찰 20여 명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딸이 이날 오후 5시 17분쯤 112신고센터로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최종 위치를 성북구 성북동 부근으로 확인하고 4개 기동대 등 450여 명을 투입한 끝에 박 시장 시신을 10일 새벽 발견했다.
김현예·최은경·허정원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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