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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표현 안 쓴 윤석열…‘지휘 부당’ 메시지 간접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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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표현 안 쓴 윤석열…‘지휘 부당’ 메시지 간접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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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경향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낮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wedont@kyunghyang.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낮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wedont@kyunghyang.com


대검, 국정원 사건 때 수사팀장 직무배제 당한 것 언급
윤 총장이 어쩔 수 없이 수사지휘서 손 떼게 됐음 강조
법무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도록 했다. 윤 총장이 명시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윤 총장은 항의성 메시지도 입장문에 담았다.

대검찰청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는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했다. ‘형성적 처분’이란 그 자체만으로 다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어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된다”고 했다.

추 장관이 지난 2일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는 법에 보장된 만큼 이번 사건에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상실됐다는 취지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대검은 이런 내용이 담긴 ‘업무 참조’ 공문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전달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 입장은 수용·불수용 차원이 아니고 그런 문제로 볼 것도 아니다”라며 “지휘권 상실로 인해 결국 서울중앙지검이 최종 책임을 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수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추 장관의 지휘가 부당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찰 내부 의견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개최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대다수가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배제한 장관의 지휘는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검이 입장문에서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윤 총장은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윗선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 4명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가 즉시 직무에서 배제됐다. 현재 추 장관의 지휘도 부당하지만 2013년처럼 어쩔 수 없이 수사지휘에서 배제됐다는 취지라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반응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팀은 앞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조만간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한동훈 검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피해자 자격으로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도 개최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전 기자도 지난 8일 수사심의위를 신청했지만 아직 소집 결정이 나지 않았다. 같은 사건인 만큼 병합된 상태에서 수사심의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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