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조주빈, 첫 공판부터 “범죄단체조직 혐의 부인”

“범죄단체에 대한 인식 없어… 단체활동 있었는지 법리적으로 다퉈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뉴스1

텔레그램을 통해 청소년 등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기소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측이 첫 재판에서 “범죄단체조직 활동은 다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조씨 등의 범죄단체조직죄 추가기소건에 대해 일단 기존의 성범죄 사건과 병합하지 않고 나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9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 외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이라 출석 의무가 없지만 조씨는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함께 기소된 ‘태평양’ 이모(16)군만 제외하고 나머지 피고인 4명도 모두 출석했다.

조씨를 포함해 피고인들은 모두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범죄단체조직 활동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범죄단체조직 활동은 다 부인한다”면서 “몇 장의 사진은 인정하지만, 일부 사진은 피해자에게 이같은 사진을 찍게 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이군 측 변호인도 “구체적인 성범죄 개별 행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범죄단체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그에 따라 활동이 있었는지 법리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푸틴’ 강모(24)씨 측 변호인도 “일대일 지시 활동을 범죄단체의 조직 일원으로서 활동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부인했다.

나머지 피고인들 측 역시 모두 범죄단체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 지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며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편 재판에 앞서 검찰은 공소 제기 당시부터 조씨 등의 범죄단체조직죄 추가기소건을 기존의 성범죄 사건과 병합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조씨 등의 성범죄 사건도 같은 재판부가 진행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금 단계에서 병합하지 않고 조금 더 사건을 나눠 진행한 후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두 사건의 피고인이 같은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도 있어서 한꺼번에 진행하면 뒤섞여 정리가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사건의 증거조사가 완료되면 이 사건과 병합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따라서 지금은 ‘병합한다, 안 한다’ 답변하기 어렵고 보류 상태로 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조씨 등의 범죄단체조직 혐의 2차 준비기일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박사방’을 비롯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 모습. 연합뉴스

성범죄 사건과 별개로 추가 기소된 조씨는 지난해 9월 나머지 조직원들과 함께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씨 등이 박사방을 통해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물 제작·유포, 수익금 인출 등 유기적인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조씨를 필두로 총 38명이 범죄조직에 가담했다고 보고 이번에 8명을 우선 기소했다.

이들 중 조씨와 ‘부따’ 강훈(19) 등 3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해 범죄조직 활동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 74명 가운데 16명은 아동·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씨는 흥신소를 운영하면서 얻은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손석희 JTBC 사장을 속여 총 1800만원을 편취하고, 판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유리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속여 총 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 등도 받는다.

이와 별개로 조씨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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