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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수사팀 유지+서울고검 지휘” 절충안 제시… 추미애 받을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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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사팀 유지+서울고검장 지휘 절충안 제시

김영대 고검장, ‘정파성없는 디지털 수사 전문가’ 평가

공은 추미애 장관에게… 제시안 받아들인다면 갈등 봉합

헤럴드경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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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대립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별도의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일종의 절충안을 꺼내들었다. 추 장관이 9일 10시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최후통보를 한 지 반나절 만이다. 공이 다시 법무부로 넘어간 가운데, 추 장관이 이 안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윤석열, ‘독립 수사본부’ 구성 절충안 제시

윤 총장은 8일 오후 “채널에이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했다”는 입장을 대검을 통해 발표했다.

윤 총장으로서는 일종의 중간안을 내놓은 셈이다. 지난 3일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는 윤 총장의 자진사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총장 지휘를 배제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반박하지 않는 대신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미 전국 검사장 회의 직전 특임검사 임명을 통한 현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은 지휘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못박았다. 윤 총장으로서는 검찰청법상 보장된 검사 지휘권을 상실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그대로 유지하고 관할 상급 기관 책임자인 서울고검장의 지휘를 받게 한다면 사실상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실무진을 교체하지 않을 수 있어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만들어낸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강요미수 혐의로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가능한지에 관해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서울고검이라는 이중 검토 구조를 설정한다면 결과를 놓고 내부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수사본부장 거론된 김영대 서울고검장은 누구

검찰 내부에서는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제시하는 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특정 ‘라인’이 없어 정파적이지 않고, 합리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해박한 과학수사 전문가로, 이번 사안에서 거론되고 있는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디지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관심사다. 경북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연수원을 22기로 수료해 윤 총장보다는 연수원 기수로는 한기수 위다. 1993년 청주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과학수사부장을 거친 디지털 수사 전문가다. 검사장 승진한 뒤로는 대검 과학수사부장, 창원지검장, 부산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안을 받아들인다면, 김 고검장은 현 서울중앙지검장 수사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지휘권한을 갖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어 이번 사안 책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자신과 가까운 한 검사장을 수사하는 사안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 수사팀 유지’ 제시안, 추 장관 받아들일까

법무부는 윤 총장의 제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추 장관은 이틀 연속 휴가를 내고 산사에 칩거하고 있다. 만약 윤 총장의 제안을 지휘권 수용으로 보고 받아들인다면 검찰총장의 지휘권 행사 파문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6일만에 봉합된다. 하지만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조건을 일종의 불복으로 간주할 경우 또다시 지루한 대치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윤 총장의 제시안을 놓고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수사팀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르면서, 친 여권 인사로 평가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자의적 사건처리 가능성을 상쇄할 안전장치를 넣었다는 해석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인 반면, 사법연수원 22기인 김영대 서울고검장은 승진을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어서 정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어 객관성이 담보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번 사안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사건 지휘권이 행사된 첫 사례로 기록된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장관도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처리하라는 지휘를 내렸지만, 총장이 사퇴하면서 지휘권 행사는 사실상 불발된 전례로 남았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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