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트럼프 행정부 北 제재 완화 입장 내기 어려운 상황"
"한미 워킹그룹, 韓입장 전달 통로…적극적 활용해야"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8일 오전 강경화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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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철도 건설 등 남북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형성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이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며 경색된 남북 관계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하신 부분을 내밀하게 미국과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런데 미국과의 합의를 이뤄내기도 전에 전에 북한이 국민이 보는 앞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다시 우리가 그걸 제안하면 모양이 안 나오지 않나”며 한국 정부 단독으로는 경색된 남북 관계를 완화할 출구전략이 여의치 않은 상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만한 명분을 던져줄 수 있는 이는 미국이다. 문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에 대한 ‘러브콜’을 던져줄 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미국 정부가 작더라도 제재 면제에 대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북한에서 던져준다면 비건 대표 방한의 최고의 성과”라면서도 “그렇게 해버리면 북한에 대한 양보로 비칠 것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이에 따른 경제적인 타격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자릿 수 이상 벌어지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은 미국에 적극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지나치게 원칙만 이야기하지 않고, 구체적인 제재 면제의 의사라던지 특정 분야의 이런 발언을 해주면 최대 성과”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은 ‘상황 관리’라고 꼽았다.
그는 “북한 문제는 잘 관리돼봤자 플러스(+)인 것은 많지 않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마이너스(-)인 이슈”라며 “남·북 모두에 대선이 아무리 아무리 바빠도 관심을 끈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가져온 메시지로서는 앞서 미국 국무부가 밝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과 “대화의 문은 계속 열려있다”를 예상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서 김 원장은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백악관과 행정부 내 다른 부처들의 의견을 모으고 통합시키는 데 있어 워킹그룹은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세현 전 장과이나 통일부에서는 워킹그룹이 우리(한국정부)를 관리하거나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알기에는 최근엔 우리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6자 회담이 타결한 후, 미국 재무부에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하는 등 엇박자가 나며 결국 성과가 허공에 날아가는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된 통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북한은 한·미 워킹그룹을 남·북 협상의 “족쇄”로 지목하며 연거푸 비판했다. 방한 의제에서 워킹그룹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건 대표는 워킹그룹 미국 측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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