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사법부도 공범이다" 손정우 美송환 기각에 분노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법부도_공범이다 #미국에서_100년_손정우 송환하라

법원이 손정우(24)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리자 7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한 해시태그 운동이다. n번방 사건 공론화ㆍ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n번방총공총괄계’는 이 같은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면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서울고법 형사 20부의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판사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성착취범에게 박약한 처벌을 되풀이하는 사법부가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쉬태그 뿐만이 아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영수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 요구 청원은 8일 오후 3시 30분 현재 34만 6000여명이 동의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강 판사는 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자 후보 30인 중 한 명이다. 여성의당과 ‘n번방성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팀’은 7일 서울 서초구 고등지방법원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성폭력 처벌에 관대한 사법부 불신"



중앙일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지난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두고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건 그간 성폭력 처벌에 있어 사법부가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최근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조직이나 공동 대책위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그런데 사법부의 결정은 마치 ‘조금 있으면 또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많은 이들이 분노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판결을 내린 강 판사가 대법관 후보에 있는데 이런 사람이 대법관이라면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선 30년 이상 형량, 한국선 솜방망이 처벌



중앙일보

여성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을 거부한 서울고등법원 형사 20부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 부장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언급한 “철저한 수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7일 입장문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은 수많은 몰카, 리벤지 포르노,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이 공공연히 유포ㆍ판매되고 있었지만 수사기관은 성범죄자를 찾으려는 의지가 없었고 기소됐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했다. 또 “똑같은 범죄에 대한 처벌이 한국에선 겨우 1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30년 이상, 형량을 합치면 1000년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은 국민을 각성시키기 충분하다”고 했다.

실제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IS) 특수요원 출신 리처드 그래코스프키(40)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하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다.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니콜라스 스텐걸(45)은 아동 음란물 2686개를 다운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해 손정우는 지난해 5월 성착취물 배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현재 손정우에게 걸려있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한국은 최대 징역 5이나 벌금 3000만원이지만 미국의 경우 최대 징역 20년에 처할 수 있다.



합산주의 방식 택한 미국, 형량 100년 가능



중앙일보

2019년 10월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폐쇄 공지를 내걸었다. [사진 경찰청]


법조계에서는 이런 형량 차이가 발생하게 된 건 양형 기준에 있어 미국은 합산주의 방식을, 한국은 가중주의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경우 여러 범죄 혐의 중 가장 중한 범죄가 5년일 경우 추가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형량의 2분의 1만 더한다. 하지만 합산주의 방식을 택한 미국의 경우 혐의가 인정되는 모든 범죄의 형량을 다 더하기 때문에 100년, 200년 등의 형량이 나올 수 있다,

신중권 변호사(법부법인 거산)는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 입장에서는 사법 주권을 내주는 문제라서 불가피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면서도 “사법 주권보다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냐는 것을 우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특히 미국은 한국보다 이런 수사에 앞서 있고 이번 사건의 경우 전세계적 문제로 퍼져있기 때문에 미국과 공조를 통해서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범죄를 발본색원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법원이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근본적 해결 방법을 도외시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